세월호 충격에 해양도시 부산도 깊은 슬픔에 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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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충격에 해양도시 부산도 깊은 슬픔에 잠기다
  • 취재기자 조나리
  • 승인 2014.04.2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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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안부두 여객 터미널 한산..."이제 배타기가 찜찜하다"

잔인한 4월이다. 전국 곳곳에서 만개한 벚꽃에 카메라를 들이대며 따스한 봄날을 즐긴 지 얼마 되지 않아, 대한민국은 꽃도 채 피워보지 못 한 17,18세의 어린 아이들을 잃었다. 구조자 174, 사망자 159, 실종자 143(4 24일 오전 10시 기준). 4 16일 오전 진도 앞 바다에서 발생한 비극은 8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장기화되는 구조에 가족들의 눈물은 말라버린 듯, 각 언론은 통곡으로 가득했던 팽목항 현장이 시간이 갈수록 무거운 비통함만이 감돌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 사이, 삼성 SDS 화재, 현대 중공업 선박 화재가 연달아 발생해 국민들의 마음은 더욱 무겁게 가라앉았다.

연안여객터미널&해양대학교 냉랭한 분위기

4 23일 오후 부산항 연안여객터미널은 한산했다. 매월 8만여명(2014 2월 기준)의 내외국인이 이용하는 부산 최고의 여객터미널은 일주일째 얼어붙은 듯하다. 대합실에 마련돼 있는 의자 대부분이 비어 있었고 승선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숫자는 어림잡아 스무 명이 안돼 보였다. 대부분의 승객들은 침묵한 채 대합실에 설치된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세월호 관련 뉴스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 23일 오후 부산항 연연여객터미널은 조용했다. 대합실 TV에서는 세월호 관련 뉴스가 나왔고, 승선을 기다리는 승객들은 말없이 뉴스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사진: 취재기자 조나리).

여객터미널에서 안내 업무를 담당하는 한 직원은 아무래도 선박 이용이 줄어들었다정상 운항을 하는지 물어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그녀는 혹시 한 명이라도 구조됐을까하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아 있지 않고 대합실을 오가며 틈틈이 뉴스를 시청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안타까운 소식에 뉴스를 보고 있던 사람들 사이에 한숨 소리가 오갔다. 과거 대형 선박 기관부실에서 2~30년 일했다는 백남기(66) 씨는 선장과 선원이 먼저 빠져나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승선을 준비하고 있던 다른 승객은 배를 자주 타지만 이런 뉴스를 접하니 배 타기가 찜찜하다며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여객부두 말고도 세월호 악몽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이 또 있다. 한국해양대학교는 바쁜 시험 기간인데도 불구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공부와 과제로 정신이 없지만 잠깐을 잊을세라 선후배가 모이면 세월호 얘기가 다시 흘러나온다. 항해사를 꿈꾸는 한 학생은 아직 공부 중인 내가 봐도 선장과 선원의 행동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친구, 선배들과 이 사건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고 우리는 이런 일 없게 잘 하자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국민 분노, 우울감 더 해져

SNS와 인터넷에서는 정부의 늑장 대응에 울분을 터뜨리는 사람이 많다. 특히 부산학부모연대와 부산여성회의 일부 회원은 나라에 대한 신뢰가 산산조각 났다"며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될지 모르겠다”고 정부를 질책했다.

세월호에 타고 있던 학생들과 같은 고등학교 2학년 딸이 있다는 황보현(61, 제주도) 씨는 지난 주에 학부모 참여 수업으로 학교에 갔다가 딸 친구로부터 당황스러운 질문을 받았다. 그것은 "선장 할아버지는 왜 도망을 갔냐는 것"이었다. 황 씨는 나도 (세월호 이준석 선장과 같은) 60대인데 나이 먹으면 그렇게 살고자 하는 욕망이 커지는 것인지 기성세대로서 아이들 보기에 정말 부끄럽고 미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큰 딸이 지금 독일에 있는데, 독일에도 세월호 사건과 정부의 뒷북대응이 다 소문났다고 하더라선박건조 세계 1위인 대한민국이 선박사고로 이렇게 많은 목숨을 잃다니 국가적으로도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개탄했다.

많은 희생자를 잃은 국민들의 마음이야 다 한 가지겠지만, 하루의 많은 시간을 집에서 보내야 하는 주부들의 경우, 세월호 사고에 더 많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한 주부는 고운 말도 세 번 들으면 듣기 싫다는데, 일주일 넘게 부정적인 얘기만 듣고 있으니 정신적으로 힘들고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털어 놓았다.

세월호 사건과 같이 심각한 사고를 경험한 피해자와 가족 등 사고 당사자들은 악몽을 꾸거나 계속적으로 사고 당시가 떠올라 고통을 느끼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을 수 있다. 고려대 안산병원 차상훈 병원장은 지난 18일 브리핑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 생존자 대부분이 중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TV중계를 통해 세월호 사고를 실시간으로 지켜본 국민들 역시 이와 비슷한 대리외상증후군(Vicarious Trauama)에 시달리고 있다고 염려했다. 최태산 전국재난심리지원센터 연합회장은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온 국민이 타격을 입은 국가 규모의 심리적 재난 사태라며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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