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추진에 “땀 흘린 선수에게 불이익 줘서야" 반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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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추진에 “땀 흘린 선수에게 불이익 줘서야" 반발 확산
  • 취재기자 윤민영
  • 승인 2018.01.17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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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등록 엔트리 23명+α’방식이면 선수 피해 없다" 해명 불구 "출전 기회 줄어든다" 울상 / 윤민영 기자
평창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이 추진되자 선수들은 출전 기회가 줄어든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4월 6일 저녁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북한의 경기 장면(사진: 더 팩트 제공).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및 국제대회 특별위원회’에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이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과 관련한 입장을 재차 밝혔다.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등록 선수 엔트리는 23명이다. 문체부는 기존 한국 대표팀 23명을 유지한 채 북한 선수들을 추가로 엔트리에 등록하는 ‘23+α’를 통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출전 선수 엔트리. 설사 등록 선수를 늘릴 수 있다 해도 출전 선수 엔트리는 2명의 골리와 20명의 플레이어로 22명에 한정된다. 문체부가 추진하는 대로 북한선수 일부가 합류하게 되면 올림픽을 준비한 기존 한국 대표 선수들의 출전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도 장관은 이날 “아이스하키 특성상 선수 교체가 자주 이뤄져 우리 선수가 출전 못하거나 배제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단일팀 구성에 달가워하지 않는 모양새다. 미국 전지훈련을 마치고 지난주 귀국한 한 선수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항에 내리자마자 단일팀 추진 소식을 듣고 선수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마음 졸이며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단일팀 추진 소식조차 직접 전달받지 못했다는 한수진(30) 선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9일 미국 전지훈련을 마친 뒤 귀국길에 뉴스로 소식을 접했다. 적게는 5년, 많게는 10년 이상 국가대표 수당(하루 6만 원)만 받으며 올림픽만 바라보고 운동해 온 선수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조선일보와 인터뷰한 한 베테랑 선수는 “우리가 개인적 생각을 밝혔다가 지금까지 지원해 준 분들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는 일 아니냐"고 속앓이를 하는 심정을 내비쳤다.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에 북한 이분희(51) 선수와 호흡을 맞춰 우승을 맛본 현정화(50) 감독 또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정치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 감독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세대를 위해서도 단일팀 구성은 필요하지만 정부의 뜻에 따라 강압적으로 ‘이렇게 하라’는 식의 단일팀 추진은 곤란하다”며 “단일팀을 추진하더라도 선수들과 충분한 대화를 하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단일화를 두고 SBS 스포츠 정우영 캐스터가 인스타그램에 생각을 밝혔다(사진: 정우영 캐스터 인스타그램 캡처).

SBS 스포츠 정우영 캐스터 역시 비판하고 나섰다. 정 캐스터는 인스타그램 게시글을 통해 “(문체부) 관계자라는 분이 아이스하키라는 종목에 기본적인 이해가 없다 보니 이런 무지한 이야기를 용감하게 내뱉을 수 있군요”라고 지적했다. 또 지난 런던올림픽을 예로 들며 스포츠에 정치가 개입되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씨는 “올림픽은 정치와 별개가 되어야한다는 것을 지난 런던올림픽 박종우 선수의 예를 통해 모두가 뼈저리게 느꼈다”며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보여주기 위한 단일팀 구성은 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단일화 반대 입장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일부 찬성 입장도 있다. 한 네티즌은 “운동 선수들도 하나의 국민일 뿐이다. 한민족 화합이라는 큰 뜻을 알기 때문에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 네티즌 의견은 16일 오후 4시 기준 2개의 공감과 134개의 비공감을 받고 있다. 또 다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한 네티즌이 “우리 입장에서는 북한 남한은 한국”이라며 “개별 국가가 아닌 어떤 이유로 잠시 분리된 단일 국가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세계에 공표하는 의미라고 본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편 아이스하키 협회 임원들도 단일팀 소식에 선수들을 걱정했다. 조선일보는 아이스하키 협회 관계자를 인용해 선수들은 올림픽에 자기 젊음을 모두 바쳤고, 그 과정에서 친구도 직업도 포기했으며 올림픽이 끝나면 더 불투명한 미래를 맞아야 하는 만큼 출전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협회 관계자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선수들이) 그동안 희생해 온 모든 것이 단일팀이란 명분 앞에서 헌신짝 취급을 받는 현실이 야속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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