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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질주’ 가상화폐, 미래에 대한 투자인가 또 다른 버블인가?

기사승인 2018.01.15  19:3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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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위원 이처문

편집위원 이처문

얼마 전 한 모임에 갔더니, 어김없이 비트코인 이야기가 나왔다. 한 지인이 말했다. “비트코인을 사서 7000만 원을 벌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비트코인 말고는 돈 벌 방법이 없다. 얼마 안 가 1억 원까지 오를 수 있다.” 당시 1비트코인 거래가는 1600만 원 안팎이었다. 또 다른 지인은 “직장 동료들이 300만 원씩 모아 가상화폐에 공동투자하기로 했는데 내리지는 않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를 듣고 있던 한 후배는 “비트코인은 버블에 불과하다. 대한민국에서 믿고 투자할 곳은 부동산 뿐”이라며 반론을 폈다. 어쨌거나 비트코인 가격은 새해 들어서도 2000만 원을 오르내리며 위세를 과시하고 있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밝은 미래를 철석같이 믿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곳곳에서 경고음도 들려오고 있다.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가상화폐가 거래나 결제 수단이 아닌 투기성 자산으로 변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가상화폐 투자자의 4%가 전체 비트코인 97%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소수에 의해 가격이 좌지우지되기 때문에 ‘개미’들은 다칠 수밖에 없다는 거다.

유시민 작가는 가상화폐 투자를 ‘17세기 튤립 버블의 21세기형 글로벌 버전’이라고 단언해 눈길을 끌었다. 가상화폐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이용해 누군가가 장난을 쳐서 돈을 뺏어 먹는 과정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가 인용한 튤립 버블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튤립 과열 투기 현상을 일컫는다. 당시 튤립 투기 수요가 폭증하면서 튤립 꽃 가격이 1개월 만에 50배나 뛰었다. 하지만 법원이 튤립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버블은 순식간에 꺼졌다. 튤립 가격이 최고치 대비 수천 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한 것이다. 꽃을 감상하려는 실수요가 아닌 가격 상승을 노린 투기 수요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었다.

네덜란드의 1636-37년 사이의 튤립 가격의 변화를 보여주는 그래프(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18세기 영국 ‘남해 회사(The South Sea Company)’의 주가폭락 또한 버블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1711년 영국의 재정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설립된 이 무역회사는 경영 위기를 맞게 되자 금융 기관으로 변신을 꾀한다. 1719년 거액의 국채를 인수하는 대가로 액면가에 해당하는 주식 발행권을 따낸다.

이후 회사는 ‘남해계획’이라는 기발한(?) 이윤 창출 프로그램을 실행한다. 주식과 국채 교환은 시가 기준으로 하되, 주식 발행 허용은 교환 금액 기준으로 하는 방식이다. 이를 테면 액면가 100파운드인 남해회사 주식의 시장가격이 200파운드일 경우, 200파운드 채권 1개와 액면가 100파운드 주식을 등가 교환한다. 하지만 주식 발행은 교환금액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액면가 200파운드의 주식을 발행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주식과 채권을 교환하더라도 액면가 100파운드짜리 주식은 그대로 남게 된다. 이를 매물로 내놓으면 200파운드의 이익을 챙길 수 있다.

이런 단계를 반복하면 주가는 무한 상승하고, 남해 회사는 이익을 올리고 주식 보유자는 순식간에 부자가 된다는 것이다. 100파운드였던 주가는 6개월 만에 10배로 치솟았다. 묻지마 투자가 광풍처럼 몰아치면서 무허가 주식회사까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암거래 회사의 주가도 급등했다. 하지만 ‘거품 회사 규제법’이 제정되면서 시장은 6개월 만에 얼어붙었고, 모든 주가는 폭락했다. 많은 사람들이 파산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과학자 아이작 뉴턴은 당시 남해 회사 주식으로 7000파운드를 벌었다가 폭락 이후 2만 파운드의 손해를 봤다고 한다.

영국의 남해 회사가 1719년부터 수년 간 짧은 시간 안에 주가가 변동하는 상황을 보여주는 그래프(사진:구글 무료 이미지)

최근 SNS에 떠도는 가상화폐 열풍을 비유하는 글 중에 이른바 ‘원숭이 버블’이 있다.

“원숭이가 많은 한 마을에 어떤 사업가가 와서, 한 마리당 100만 원을 주겠다고 잡아 달라고 한다. 사람들은 반신반의하면서 널리고 널린 원숭이를 잡아다 사업가에게 건넨다. 사업가는 약속대로 100만 원을 지불한다. 원숭이 개체수가 점점 줄어들자, 사업가는 이제 200만 원을 주겠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더욱 기를 쓰고 잡아다 준다. 물론 사업가는 약속대로 200만 원을 지불한다. 이제 원숭이는 마을에서 찾아보기 힘들어 진다. 급기야 사업가는 씨가 말라버린 원숭이 구매가격을 800만 원까지 제안한다. 하지만 이제 마을에 원숭이는 더는 찾아볼 수 없다. 사업가는 잠시 도시로 나가고, 그의 부하 직원이 와서 말한다. '내가 그동안 잡은 원숭이를 1마리당 500만 원에 줄 테니, 나중에 사장이 오면 800만 원에 파세요'라고 한다. 사람들은 얼씨구나 하면서 빚을 내어서라도 원숭이들을 사들인다. 그리곤 마음씨 좋은 그 직원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원숭이를 모두 팔아치운 그 직원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 물론, 도시로 나간 사업가도 돌아오지 않는다. 마을엔 다시 원숭이로 넘쳐나지만 마을 사람들은 이제 돈이 하나도 없다. 오히려 빚만 남고 말았다.”

이 글을 올린 사람은 “가상화폐를 이해하는데 참고하라고 올렸다. 나중에 국민 혈세로 땜질하는 일만 없기를 바란다”고 글을 맺었다.

튤립 버블 투기 현상이 일어난 1636-37년 당시의 네덜란드를 풍자하여 원숭이들이 튤립을 거래하려고 날뛰는 모습을 그린 풍자화. 1640년 작품(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가상화폐 규제를 반대하는 국민청원이 폭주하자, 정부는 거래소 폐지를 목표로 하되 우선 거래 실명제로 거래를 위축시키는데 힘을 쏟겠다고 한다. 돈세탁을 막자는 취지도 포함돼 있다.

가상화폐 거래 자유화를 외치는 사람들은 정부 당국자가 블록체인 기술과 비트코인에 대해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반면 규제를 주장하는 쪽은 투기판에 뛰어들었다가 돈을 날린 뒤 정부나 사회를 원망하지나 말라고 경고한다.

가상화폐 열풍이 어떻게 막을 내릴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결말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다. 가상화폐 가격이 영원히 오르지 않는 한 돈을 번 사람이 있으면 잃은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그 날이 오면 탄식과 안도가 엇갈릴 것이다. 그 날을 향해 욕망의 질주는 오늘도 계속된다.

편집위원 이처문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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