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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목숨 끊은 화물 지입차주의 미스터리 계약서...그는 왜 계약서를 두 부나 썼을까?

기사승인 2018.01.13  05: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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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가족 '이중 계약' 의심...회사 측 "무슨 상황인지 잘 모르겠다" 모르쇠 / 정인혜, 윤민영 기자

다음 기사는 본지가 1월 3일 단독 보도한 '"나는 신종 노예" 유서 남기고 목숨 끊은 어느 화물 지입차 기사의 사연'의 후속 취재 기사입니다. 

화물차 기사 오모 씨와 그 유가족의 딱한 사연이 본지에 보도되자, 전국적으로 많은 독자들이 기사를 공유했으며 많은 댓글로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에, 본지는 이 사연을 지속적으로 후속 취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해 11월 28일 오전 서울 김포의 한 주차장. 자신이 몰던 승용차 운전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남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시신 옆에는 그가 눈물로 써 내려간 유서도 함께 발견됐다. 확인 결과, 그는 지난 9월 11일부터 이곳 물류회사에서 일을 시작한 화물 지입차주 오모(38) 씨였다. 금슬 좋은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들을 남겨둔 채, 그는 왜 죽음을 택했을까.

오 씨는 사망 직전 아내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남은 가족들을 위로하는 한편, 자신이 남긴 ‘검정 노트’를 꼭 읽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는 이 노트에 유서와 회사와의 계약서, 월급 내역이 적힌 명세서, 차용증을 함께 넣었다. 유서에는 “갑갑하고 억울하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계약서 등의 서류를 통해 이 회사와의 계약이 철저하게 ‘불공정’했다고 호소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숨진 오 씨가 목숨을 끊기 전 아내에게 보낸 문자(사진: 유가족 제공).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월 순수익 500만~600만 원을 보장한다고 해서 회사 명의의 차로 일을 시작했는데, 모두 허상이었다. 하루에 2시간씩 자면서 일을 했는데도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계약서부터 모든 것이 이해되지 않는 것 투성이다. 신종 노예가 된 것 같다. 나 같은 피해자가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실제 그가 올린 수익은 9월 24만 6493원, 10월 155만 7105원이다. 두 달 간의 수익을 모두 합친 금액이 고작 180만 원인 셈이다.

적은 수익, 쌓여가는 대출 이자와 함께 그가 죽음을 택한 가장 큰 이유는 불공정한 계약으로 인한 억울함 때문이었다. 그는 생전 지인들에게 “사기 아닌 사기를 당했다”고 하소연했다. 유서에서도 ‘신종 노예 계약’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오 씨와 해당 물류 회사는 총 두 부의 계약서를 작성했다. 회사와 작성한 계약서 한 부, 회사 대표 개인과 작성한 계약서 한 부다. 언뜻 보면 같은 내용처럼 보이는 해당 계약서들은 미세한 차이가 있다. 예컨대 분쟁 발생 시 회사와 작성한 계약서에는 "갑과 을 상호 간의 합의에 의해 해결한다"고 적혀있는 반면, 대표와 작성한 계약서에는 "다만 협의가 원만하지 않을 경우 갑의 해석에 따른다"는 문장이 덧붙은 식이다.

숨진 오 씨는 회사가 갑이 되는 계약서(왼쪽)와 회사 대표 개인이 갑으로 등장한 계약서 등 두 종류의 계약서를 작성했다(사진: 유가족 제공).
회사가 갑인 계약서(왼쪽)와 회사 대표 개인이 갑이 된 계약서(.사진: 유가족 제공).
회사가 갑이 되는 계약서(왼쪽)와 회사대표 개인이 갑이 된 계약서 (사진: 유가족 제공).

두 개 중 하나의 계약서에는 새로운 항목이 추가되기도 했다. 대표와 작성한 계약서에는 “위 합의한 사항에 대하여 추후 갑에게 민형사상 어떠한 이의도 일체 제기하지 않으며, 을이 계약 내용을 불이행함으로써 발생한 차량의 권리 소멸에 대하여 ‘추후 갑에게 민형사상 어떠한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고 적혀있다. 회사와 작성한 계약서에는 아예 이런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한 노무사는 “대표와 작성한 계약서는 내용 자체가 굉장히 불공정하다”고 평했다. ‘이중 계약’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는 이유다.

이 밖에도 의구심을 자아내는 항목들은 넘쳐난다. ‘등록 비용 1500만 원’이 두 번째 계약서에는 ‘일금 천만 원’이라고 적혀있고, 23만 원의 지입료는 27만 5000원이라고 적혀있다. 두 계약서 모두 날짜는 적혀 있지 않다.

해당 물류회사에는 현재 약 40여 명의 지입차주들이 근무 중이다. 다른 차주들도 이 같은 계약서를 작성했을까? 시빅뉴스가 만난 이 회사 다른 차주는 계약서를 보고 “이게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계약서 자체를 작성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전화 인터뷰를 진행한 3명의 이 회사 다른 차주도 계약서는 쓴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오 씨는 계약서를, 그것도 왜 두 부나 작성한 걸까.

차주 A 씨는 “오 씨가 회사 명의의 차량을 운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실제로 오 씨는 회사 명의의 차량을 ‘임차’해 운전했다. "계약서는 금시초문"이라고 설명한 다른 차주들은 본인 명의의 차량을 운전하고 있었다. 해당 회사에서 근무 중인 지입차주 대다수는 본인 명의의 차량을 운전 중이라고 했다.

오 씨처럼 회사 소유의 차량을 임대해서 운전한 또 다른 기사는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본인 명의가 아닌, 회사 명의의 차량을 임차해 운전한 기사들만 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는 계약서를 한 부만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회사와 작성한 계약서는 있지만, 대표 개인이 갑, 기사 본인이 을로 명시된 계약서는 작성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회사에서 계약서 다시 써야 한다고 한 번 부르기는 했는데 바빠서 안 갔다.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후 그가 취재를 거부한 터라 이 외의 자세한 내용은 확인할 수 없었다.

회사 측은 죽은 오 씨의 경우 계약서가 두 부나 작성된 이유에 대해 “무슨 상황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회사 대표 B 씨는 “임대차로 계약을 하다 보니, 여러 가지 맞춰가야 할 부분이 있었는데 서로 틀어졌다”며 “오 씨도 돈이 안 되고, 회사에서도 적자가 났다. 어쨌든 조건 자체는 다른 기사들과 (똑같이) 하고, 새 차를 빌려줬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담당자와 통화하라며 연락처를 남겼지만, 해당 담당자는 “내가 이 일에 대해 답변해야 할 의무가 있냐"며 "(내가) 회사를 대표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취재기자 정인혜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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