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고양이 둘러싼 갈등 고조, '캣맘 활동' 민폐로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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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고양이 둘러싼 갈등 고조, '캣맘 활동' 민폐로 봐야 하나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8.01.1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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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인간 전유물 아냐…공생해야" vs "불쌍하면 본인 집에 데려가서 키워라" 찬반 팽팽 / 정인혜 기자
길 고양이(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길 고양이를 둘러싼 분쟁이 하루가 멀다하고 보도되고 있다. 정확히는 길 고양이를 돌보는 ‘캣맘’과 이를 반대하는 주민 간의 갈등이다.

지난해 11월. 서울 용산의 한 아파트에 "야생동물 먹이주기 금지"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의 도장이 찍힌 해당 안내문에는 “최근 단지 내 야생동물(고양이, 비둘기)의 개체 수 증가로 피해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며 “야생동물 먹이주기를 자제해 달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구체적인 피해 사례에 대해 관리사무소 측은 차량 훼손, 배관 훼손, 환경오염, 안전사고 발생 등을 꼽았다.

그로부터 약 한 달 후인 12월, 관리사무소 측은 또다시 협조문을 제작, 배포했다. 이전에 고지한 것과 비슷한 내용으로, 피해 상황이 조금 더 구체화됐다.

협조문에는 “수차례 걸쳐 길고양이 사료 및 물주기 근절을 위해 홍보하여 왔으나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먹이를 주면 주변 아파트에 서식 중인 길고양이와 각종 새, 바퀴벌레를 비롯한 해충들이 모여든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발생한 비용이 고스란히 입주자들에게 돌아간다는 설명도 덧붙었다.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지말라는 내용의 아파트 관리사무소 협조문(사진: 동물보호단체 카라 제공).

사실 길고양이 돌봄 활동이 다른 주민들에게 피해를 초래하느냐는 오래된 논쟁거리다. 동물보호단체에 따르면, 길고양이 수는 서울시에 25만 마리, 부산에는 20만 마리 정도로 추산된다. 길고양이들이 급증하면서 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캣맘’이라고 불린다. 캣맘들의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도심부에 길고양이 서식지가 생겨났고, 이를 싫어하는 사람들과 응원하는 사람들의 충돌이 잦아졌다.

캣맘 활동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이렇다. “길고양이는 비위생적이며 소음을 유발하고 사람을 위협한다. 특히 캣맘들이 아무렇게나 준 사료는 날씨 탓에 상해 벌레가 꼬이고, 다른 야생동물들과의 접촉을 높인다. 그들의 활동은 공중위생에 악영향을 끼친다.” 짧게 말해 캣맘이 ‘민폐’를 끼친다는 주장이다.

빌라 건물 1층에 거주하는 주부 이모(32, 부산시 동구) 씨는 캣맘이라면 치가 떨린다. 책임감이 결여된 이기적인 사람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씨는 “우리 집 근처에 고양이 사료를 뿌려대는 여자 때문에 고양이가 다 이 근처에 몰려와 산다.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다 찢어놓는 건 물론 밤에 고양이 울음소리 때문에 잠을 못 잔다”며 “그렇게 불쌍하면 본인 집에 데려다가 키우든지 착한 척은 혼자 다 하고 남들한테 피해주는 건 하나도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인 인간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찬성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양심적인 차원’에서 고양이를 보살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캣맘 활동을 반대하는 이들을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원생 유모(27) 씨는 “지구가 인간의 전유물도 아닌데, 서로 공존하면서 살아야지 캣맘 활동을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들은 너무 이기적인 것 같다”며 “동물과 아이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집단의 성숙도를 알 수 있다는데 우리나라 시민 의식은 개탄스러운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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