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로 구글 주소 변경하면 안드로이드 결제가 반값?…환율 차이 이용한 '환치기'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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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로 구글 주소 변경하면 안드로이드 결제가 반값?…환율 차이 이용한 '환치기' 기승
  • 취재기자 윤민영
  • 승인 2018.01.12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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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 “환차익을 이용해 저렴하게 구매하는데 요령있는 한국인들” 지적 / 윤민영 기자

안드로이드를 이용하는 정한결(21,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구글플레이 인앱 결제를 약 반값에 이용하고 있다. 정 씨는 “모바일 게임을 할 때 게임 재화의 가격이 비싸 구매하지 않았지만, 반값에 구매하는 방법을 알고 나니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이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집트가 IMF의 금융 지원을 받기 시작한 2016년 11월, 이집트 파운드(EGP) 환율이 반토막 났다(사진: 네이버 금융 캡처).

구글플레이 결제를 반값에 이용하는 방법은 ‘환치기’라 불리는 불법 외환 거래와 수법이 비슷하다. 환율이 다른 국가를 이용해 환차익만큼 저렴하게 구매하는 방법이다. 정 씨는 통화 시세가 저렴한 이집트를 통해 이런 방법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갓집트’라고 부른다고 소개했다.

이집트가 '환치기'의 통로가 된 이유는 지난 2016년 11월 초반, 이집트 환율이 반토막 난 데 있다. 당시 이집트는 높은 물가 상승률과 관광 수입 감소, 이에 따른 외화 부족으로 국제금융센터(IMF)와 구제금융 지원을 받는데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IMF의 이집트 파운드(EGP)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라는 조건을 이집트 정부가 수용했기 때문에 EGP 가치가 반토막난 것.

소식을 들은 서비스 이용자들은 EGP 가치 폭락을 이용해 구글플레이 결제 시 환차익만큼 저렴하게 결제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방법은 간단명료하다. 안드로이드 앱, 구글플레이 인앱 결제 때 본인의 구글 계정의 주소지를 이집트로 변경하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결제할 때 EGP로 구매할 수 있다. 이 때 비자카드, 마스터카드 등 해외 결제가 가능한 신용카드로만 결제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신용카드 결제 대금 청구 시 EGP 원화로 청구되기 때문에 환차익만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개방형 블로그 '티스토리닷컴'에 이집트 주소로 변경해 구글 결제를 반값에 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게시글이 등록돼 있다(사진: 티스토리닷컴 게시글 캡처).

정한결 씨는 모바일 게임 ‘하스스톤’을 서비스하는 게임사 ‘블리자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게임 재화의 EGP 결제 가격을 인상한 적이 있다고 한다. 정 씨는 당시 하스스톤에서 ‘이집트팩’으로 불리면서 환치기가 기승을 부리자 약 한 달 만인 2016년 12월 22일 게임 내 상품의 가격을 360EGP에서 679EGP로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한국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싸고 블리자드가 아닌 다른 게임사의 게임, 더 나아가 해외 결제가 가능한 대부분의 온라인 결제 상품들에 적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인들이 이집트 환율을 이용해서 구글 앱을 싸게 구매한다는 포브스 잡지의 기사(사진: 포브스 인터넷 판 캡처)

한편, 미국 경제 전문 잡지인 포브스는 ‘환차익을 이용해 저렴하게 구매하는데 요령있는 한국인들(Savvy Koreans Are Gaming Currencies To Buy Tech On The Cheap)’를 헤드라인으로 한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포브스는 기사를 통해 한국 네티즌들은 통화 가치가 하락한 국가의 통화를 이용해 유료 앱, 게임 내 재화, 윈도우 10 등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사들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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