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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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 편집위원 양혜승
  • 승인 2014.04.07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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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네 바퀴로 가는 자전거
물속으로 나는 비행기 하늘로 나는 돛단배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위로
오늘도 에드벌룬 떠있건만
포수에게 잡혀온 잉어만이 한숨을 내쉰다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라는 김광석의 노래다. 가사에도 등장하듯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을 풍자하고 있다. 비행기가 물속을 날고 돛단배가 하늘을 나는 세상은 분명 비정상이다.

하지만 요즘 권력기관의 행태는 복잡하고 아리송한 수준을 넘어서는 듯하다. 국민의 세금으로 녹을 받는 기관들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여론 조작에 개입했다. 그리고 또 다른 기관은 선거를 목전에 두고 발표를 자처해 이러한 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줬다. 하지만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련의 일들을 단죄하기란 몹시도 어려운 모양이다. 정치권이 단죄의 의지는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시간을 흘려보낼 리 만무하다.

시시비비를 가리려 드는 사람들이 오히려 갖가지 이유로 쫓겨나거나 비난받는다. 사생활마저 들추어지고 윤리적 지탄이 더해지는 경우마저 있다. 윤리가 법을 훨씬 압도하는 희한한 형국이 벌어진다. 더욱 희한한 건 시간이 지나면서 국민들도 이 사건을 잊어간다는 점이다. 도무지 정상이라 할 수 없는 세상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건 이런 희한한 세상을 희한하게 바라보지 않는 주류언론이다. 포수가 잉어를 낚고 있는 세상을 아무렇지 않게 바라본다. 포수가 잡아야 할 것은 잉어가 아니라는 걸 결코 말하지 않는다. 비행기가 물속을 날고 돛단배가 하늘을 날고 있는 세상을 어린이 공상화 그리듯 담담하게 그려낸다. 언론을 소위 제4부라고 한다. 행정, 입법, 사법의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사회적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언론에 감시와 비판이 실종되었다.

언론에서 감시와 비판의 실종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관찰된다. 그 한 가지는 권력과 관련된 보도에서 비판적인 색채를 제거하고 긍정적인 측면만을 부각시키는 방식이다. 권력 친화적 보도 프레임만이 지배하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권력의 문제점이 노출될만한 내용을 아예 보도하지 않는 방식이다. 즉 비판적 잣대를 들이밀어야 할 사안 자체를 아예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2014년의 우리 주류언론에서 이런 구시대적 방식들이 여전히 관찰된다. “감시견”으로서의 언론 기능은 사라지고 “애완견”만 남은 듯하다. 대통령의 통일대박론 이후 주류언론의 행태만 봐도 그렇다. 보수신문의 지면이나 공영방송의 메인뉴스에서 통일 관련 기획시리즈가 넘쳐나지 않은가.

이런 현상을 반영하듯 국경 없는 기자회가 얼마 전 발표한 2014년도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 우리나라는 57위라는 순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2013년에도 44위에서 50위로 하락한 바 있다. 올해엔 거기서 또 일곱 계단이나 하락했다.

더욱 부끄러운 것은 이런 비보를 심각하게 다루지 않는 주류언론의 행태다. 주류언론이 사태의 심각함을 모르고 있다면 그것은 문제다. 알고도 숨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도 통탄할 일이다. 우리나라의 여러 지표를 OECD 국가들과 흔하게 견주곤 한다. 왜 언론자유 순위는 비교하려들지 않는지 모르겠다. 무역액 1조 달러, 세계 10대 무역국가라는 자화자찬도 부끄럽긴 마찬가지다.

자동차는 네 바퀴로 굴러다녀야 정상이고 비행기는 물속이 아닌 하늘을 날아야 정상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모두 교통사고다. 정상을 정상이라고 하고, 사고를 사고라고 이야기하는 제대로 된 주류언론을 언제쯤 기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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