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중립 화장실’ 놓고 찬반 논란...성 소수자 인권 보호 vs. 범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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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중립 화장실’ 놓고 찬반 논란...성 소수자 인권 보호 vs. 범죄 우려
  • 취재기자 조윤화
  • 승인 2018.01.06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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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구분 없이 쓰는 화장실, 성소수자 위해 필요" 주장에 "몰카 범죄 등 부작용 만만찮아" 반대도 / 조윤화 기자
‘성중립 화장실’은 남녀 구분 없이 모두가 사용 가능 한 1인 화장실이다(사진: JTBC 홈페이지 캡처).

지난 1일 방영된 EBS <까칠 남녀>는 ‘우리에게는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 필요하다’며 ‘성중립 화장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성중립 화장실’이란 남녀 공용 화장실과는 다른 개념으로 남녀 구분 없이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모두가 사용 가능한 공공 화장실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남녀 공용 화장실’은 한 화장실에 남성용 소변기와 양변기가 칸막이를 두고 설치돼 있어, 남녀가 동시에 용변을 볼 수 있는 구조이지만, ‘성중립 화장실’은 1인이 들어갈 수 있는 단독 공간에 남성용 용변기와 양변기가 모두 설치돼 있어 남녀 구분 없이 한 명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성중립 화장실은 성 소수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한 취지에서 도입되기 시작했다. 예컨대 성전환 수술을 한 이들이 남자, 여자로 구분된 화장실 앞에서 어떤 화장실에 들어가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성중립 화장실이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것이다. 실제로 EBS <까칠 남녀> 방송에서 트랜스젠더들이 화장실을 가지 않기 위해 평소 물을 마시지 않거나, 일본의 경우 트랜스젠더 직장인은 성 소수자가 아닌 다른 동료에 비해 10% 정도 더 많은 배뇨 장애를 앓고 있다는 현실을 지적한 바 있다.

성중립 화장실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비교적 보편화된 개념이다. 중앙일보 보도에 의하면,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15년 백악관에 성중립 화장실을 설치해 화제를 모았으며,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업무용 빌딩과 공공기관 건물을 포함한 모든 1인용 공공 화장실에 ‘성 중립’ 표지판을 의무적으로 달아야 한다. 이어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에 대비해 성중립 화장실을 설치할 방침이라고 한다.

성중립 화장실은 성 소수자의 인권 보호를 포함, 수용 능력이 높다는 점 또한 장점이다. 지난해 11월 현대카드 정태영 부사장은 본인 개인 SNS에 “남녀 공용으로 하면 수용 능력이 수십 % 올라가고 기다림이 대폭 준다”고 말하며 현대카드 본사 화장실을 남녀 공용으로 고치기 위해 2년째 디자인을 연구하여 현재 완성단계라고 밝혔다.

‘성중립 화장실’ 관련 기사에 달린 네티즌 댓글(사진 : 스카이데일리 캡처)

그러나 성중립 화장실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지난해 11월 29일 서울시가 ‘성중립 화장실’ 시범 운영 사업 계획을 밝히자, 일부 네티즌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2016년 일어난 강남역 살인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여성 대상 강력 범죄 예방’을 위한 대책 중 하나로 ‘남녀 화장실 분리 설치 의무 대상 범위 확대’를 내놓은 상황에서 성 중립 화장실을 운영하겠다는 건 사회적 요구에 역행하는 방침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여자 화장실 몰카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우려하는 네티즌들도 상당수다. 한 네티즌은 “여자 화장실 불법 촬영으로 검거되는 사람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공용 화장실을 만든다는 건 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성중립 화장실 취지는 좋은데 이것도 나라마다 상황을 봐가면서 도입해야지 우리나라는 아직 멀었다”는 의견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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