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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나는 신종 노예” 유서 남기고 목숨 끊은 어느 화물 지입차 기사의 사연

기사승인 2018.01.03  06: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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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 순수익 500만 원 보장한다 해놓곤 두 달 간 180만 원"…회사 측 "월급 일정할 수 없어, 우리도 억울" / 정인혜·김연수 기자

“나 같은 어리석고 미련한 사람이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으면…빠져나오려 발버둥 쳐봐야 더욱더 깊이 빠져드는 늪이었다.”

서울 김포에 위치한 A 물류회사에서 근무하던 화물 지입차주 오모(38) 씨가 지난해 11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남긴 자필 유서 내용 중 일부다. "갑갑하고 억울하다"는 말로 시작된 노트 9장 분량의 유서에는 하루에 2시간여 자면서 일을 했음에도 저임금에 시달렸다며 억울함을 주장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유서에서 그는 스스로를 '신종 노예'라 자학하기도 했다.

오 씨의 악몽은 지난해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남 거제도 모 중공업에서 해고된 뒤 일자리를 찾던 오 씨는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A 물류회사에 대해 알게 됐다. ‘월수입 1500만 원’, ‘연봉 1억 도전’, ‘정년 없는 평생직장’, ‘노력한 만큼 소득 증대’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근무 내용은 ‘지입차 운전.’ 지입이란 본인 명의로 된 화물 차량에 법인 운수회사의 영업용 번호판을 부착해 물류를 운송하는 일을 말한다. 인터넷에 실린 해당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다른 지입차주들의 인터뷰도 그의 마음을 끌기에 충분했다. 당장 생계가 막막했던 오 씨는 그 길로 해당 회사에 연락, 면접을 보러 갔다.

"지입 차주를 모집한다"며 회사 측에서 내건 온라인 광고(사진: 블로그 캡처).

회사에서는 화물차를 인수해 운행하면 ‘월 1700만 원’의 고정 수익금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억 원 가까이 되는 차량 값을 지불하는 것은 무리였다. 백방으로 뛰어다녀도 현금은커녕 대출마저 녹록치 않았다.

포기하려던 찰나, 회사에서는 또다시 오 씨에게 연락을 해왔다. “회사명의 임대 차량이 있으니, 이 차량을 운행해라. 돈도 벌고 신용도도 쌓을 수 있다. (매달 차량 할부금을 내고) 6년 뒤 차량을 인수(소유)하면 된다. 성공할 수 있다.” 회사에서는 오 씨에게 화물 운송을 알선해 주고 이에 따른 월 수입에서 차량 할부금, 유류비를 모두 공제한 후에 월 순수익 500만 원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오 씨가 남긴 유서 일부(사진: 유가족 제공).

일하기로 결심을 굳힌 오 씨는 회사에서 차량 임대 조건으로 내건 ‘등록비용’ 1500만 원을 송금했다. 900만 원은 아내, 300만 원은 장모 명의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나머지 300만 원은 차용증을 작성하고 회사 대표 명의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이 밖에도 그간의 생활고로 쌓여있던 대출 이자가 걱정됐지만, 앞으로의 수익으로 금방 상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회사 관계자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이후 오 씨는 계약서에 자필로 서명을 했다. 당초 면접을 봤던 관계자도 함께 배석한 상태였다. 월 265만 2161원의 차량 할부금과 지입료 23만 원 납부 의무가 적시된 계약서였다. 업무 정도에 따라 임금 차이가 있다지만, 회사에서 최소 순수익 500만 원을 보장한다고 호언장담한 터라 다 제하고 나면 ‘500만 원 언저리 월급은 받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급 180만 원을 지급한다는 말에 적어도 손해 보는 장사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리에 있던 회사 관계자들은 "잘 결정했다"며 그를 격려했다. 9월 12일. 오 씨는 들뜬 마음으로 일을 시작했다.

이후 오 씨는 전국을 쏘다니며 물건을 실어 날랐다. 차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휴게소에서 눈칫밥 먹으며 얼굴을 씻었지만, 월말 정산될 월급을 생각하면서 열심히 일했다. 그런 그의 생각은 월급 내역서를 받아든 순간 산산조각 났다. ‘합계 금액 24만 6493원.’ 

9월 12일부터 근무를 시작한 오 씨가 4일의 휴일을 제외하고 근무한 날은 총 15일이다. 30일의 절반만큼만 일했다고 해도 지나치게 적은 금액이다. 다른 대출 이자는 뒤로 제쳐두더라도 회사 대표에게서 빌린 2개월 분납 300만 원의 대출을 상환하는 게 급선무였다. 첫 달 일했는데도 생활비도 건지지 못한 그는 대표에게 500만 원을 가불받았다. 이자는 11%.

‘더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10월에도 달렸지만, 그는 당월 월급으로 155만 7105원이라는 돈을 쥐었다. 두 달간의 월급을 모두 합친 돈이 180만 원인 셈이다. 이 돈으로는 가족들의 생활비는커녕 앞선 대출 이자도 상환할 수 없었다. 그는 결국 또 회사 대표에게서 대출을 받았다. 빚이 빚을 낳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오 씨와 회사가 작성한 계약서에 따르면, 회사는 오 씨에게 기본급 180만 원을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오 씨는 회사로부터 기본급 150만 원밖에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이유에 대해 회사 측은 “회사에서 (오 씨의 근무로) 적자를 봤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고수익에 현혹돼 서명한 계약이 낳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 열심히 일해도 줄어들지 않는 어마어마한 대출 이자 앞에서 그는 괴로웠다. 결국 11월 29일 아침 오 씨는 유서를 남기고 자신이 몰던 차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초 숨진 오 씨와 가장 먼저 연락을 주고 받은 회사 관계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회사 홍보물(사진: 블로그 캡처).

회사 측에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당사자 오 씨와 작성한 계약서대로 일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것. 회사 측 관계자는 ‘순수익 500만 원 보장’에 대한 내용에 대해서도 계약서 작성 당시 오 씨에게 ‘자세하게’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어떤 방법이 선행돼야 순수익 500만 원을 올릴 수 있는지 충분히 고지했다는 것이다. 이는 오 씨가 남긴 유서 내용과 배치되는 이야기이지만, 오 씨의 부재로 현재 진위를 확인할 방법은 요원하다.

아울러 회사 관계자는 화물 지입차 업무 특성상 월급이 일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 씨가 근무한 9월, 10월에는 연휴가 많아 쉬는 날이 많았던 만큼, 화물차 수입이 적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회사 측의 거부로 11월 오 씨의 근무 대장은 확인하지 못했다.

회사 관계자는 “화물차 운전사가 월급쟁이도 아니고 어떻게 매출제로 운영되는 일에 월급이 다 나가냐”며 “처음에 일을 시작하면 (업무 습득까지) 2~3개월 정도 걸린다. (오래 일한) 다른 분들 보면 다 (생각한 만큼의 월급을) 가져가는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오 씨의 죽음에 대해서는 “안타깝다”고 말했다.

취재기자 정인혜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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