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장학금 대상자 선정 방식 '뒤죽박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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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장학금 대상자 선정 방식 '뒤죽박죽'
  • 취재기자 도근구
  • 승인 2014.03.20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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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료 산정 기준 일률적 적용.. 부자 자영업 자녀에 되레 혜택

대학교 한 학기 등록금은 학교, 전공,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략 300만원에서 500만원 정도다. 일부 의대는 600만원에 육박한다. 정부가 반값등록금 정책을 실시한다는 데, 왜 이리 등록금이 비싼가. 반값등록금 정책은 대학 등록금을 반으로 줄인 게 아니다. 대학별 등록금은 과거와 같거나 미미하게 인하됐다. 결코 반값으로 줄지는 않았다. 다만, 대학생 가정의 소득 수준에 따라 개인별로 연간 최대 450만원에서 최하 67만 5000원까지 국가가 대학 대신 국가장학금을 학생들에게 지급해주기 때문에, 현행 대학 등록금을 통칭 반값등록금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국가 장학금 수혜액이 모든 대학생들에게 정확하게 등록금 반값이 되지는 않는다.

국가는 올 2월 이번 학기에도 부모의 소득 수준에 따라 국가장학금을 지급했는데, 국가장학금 수혜액 책정 근거가 되는 소득 수준 판단 기준에 문제가 있어 일부 서민층 자녀가 못받는 경우가 있는 반면, 일부 부유층 자녀가 받는 경우도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이 문제를 파악하고 일부 보완된 국가장학금 제도를 2015학년도부터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이미 많은 학생들이 부당한 불이익을 받거나 또는 부당한 이익을 얻은 후의 조치다.

국가장학금의 정부 주무부서인 한국장학재단의 설명에 따르면, 대학생들에게 국가가 주는 국가장학금은 I유형과 II유형이 있다. I유형은 국가가 직접 학생들에게 소득 수준에 따라서 지급하는 장학금이고, II유형은 국가가 개별 학교의 자체 장학금 지원 실적에 따라 추가로 학교에 지원하는 장학금이다. II유형 장학금 재원을 정부로부터 대학이 지원받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배분하는 것은 학교 재량이므로, 그 선정 기준은 학교마다 다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국가장학금 I유형이다.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국가장학금 신청자는 한국 국적의 대학생이어야 하고, 직전 학기에 12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하며,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의 성적을 얻어야 한다. 이런 자격을 갖춘 학생을 대상으로 국가는 다시 소득 분위에 따라 차등 액수의 장학금을 지원한다.

국가장학금 선정 기준인 소득 분위는 기초수급자와 8분위로 나뉘는데, 아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가장 어려운 가정인 기초수급자는 연 450만원의 국가장학금을 지원받고, 연 납부 건강보험료에 따라 그 다음 어려운 가정인 소득 1분위는 연 450만원을 지원 받는다. 그 다음 소득 2분위부터도 건강보험료 연 납부액에 따라서 장학금 지원액이 줄어들어 소득이 높은 소득 8분위는 연 67만 5000원의 장학금을 지원 받는다. 물론 건강보험료 연 납부액이 8분위보다 많은 가정의 학생은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없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건강보험료 납부실적이 소득분위를 결정하는 자료라는 점이다. 건강보험료는 은행 예금이나 부동산 등 자산이나 부채가 전혀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건강보험료는 현재 수입만을 놓고 책정되기 때문에, 부모가 금융재산이 많은 부자인데도 수입이 적으면 건강보험료를 적게 내서 그 자녀가 국가장학금 혜택을 볼 수 있다. 반면에, 부모 수입이 많아도 수입의 대부분을 빚을 갚는데 사용돼서 실제 생활이 어려운 학생은 부모가 건강보험료를 많이 낸다는 점 때문에 국가장학금을 못 받는 경우도 있게 된다. 소득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자영업자인 부모가 건강보험료를 적게 냈다는 이유로 그 자녀가 소득 분위가 낮게 평가되어 국가장학금 혜택을 볼 수도 있다.

▲ 국가장학금 소득분위 표(출처: 한국장학재단 홈페이지)

대학 4학년인 신모(24) 씨는 이번 학기도 국가장학금 혜택을 받지 못했다. 그의 아버지는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샐러리맨이다. 신 씨의 아버지 월급은 세후 약 350만 원 정도다. 이는 그럭저럭 중산층 살림을 꾸릴 수 있는 소득액이다. 하지만, 신 씨의 어머니는 중병을 앓고 있고 그 때문에 집에 빚이 많아 아버지 월급은 대부분이 빚을 갚는데 사용되고 있다. 신 씨는 용돈조차 받을 수 없어 아르바이트에 매달리고 있다. 그러나 아버지 월급 소득에 따라 내는 건강보험료 때문에 소득 8분위 기준을 넘어 매번 국가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신 씨는 “등록금 낼 때마다 우리 집안 분위기는 참담하다”고 말했다. 신 씨는 학업에만 몰두해도 모자라는 4학년인데도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학점을 유지하기 힘들어지고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 시험을 시도하기도 힘들다. 신 씨는 “정말 힘들어서 휴학까지 생각 중입니다”라며 “자신보다 잘사는 친구들도 받는 애들이 있는데 왜 이런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부산의 국립 대학교에 다니는 김모(24) 씨는 신 씨와 어렸을 때부터 한 동네에서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 그렇다 보니, 그들은 자신의 집안 이야기까지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허물없는 죽마고우다. 김 씨의 아버지는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장사도 제법 잘되는 편이라, 김 씨는 어렸을 때부터 모자란 것 없이 자랐다. 김 씨 아버지의 월 실수익은 약 500만 원 정도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김 씨 아버지가 신 씨 아버지보다 많이 벌고 있지만 김 씨는 적게나마 국가장학금 혜택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로 매번 등록할 때가 되면 국가장학금을 함께 논의하던 김 씨와 신 씨는 이제는 국가장학금에 대해 서로 말하는 것을 꺼리게 됐다. 김 씨는 “아버지 일이라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소득을 조금 축소해서 신고한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김 씨 집은 신 씨 집보다 실소득은 많지만 소득 신고를 적게 하여 그에 따른 건강보험료도 적게 납부한 끝에 김 씨는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다.

경기도 부천시에 거주하는 전모(24) 씨 아버지는 상당한 자산가다. 아버지는 은행에 많은 현금을 저축하고 있고, 아버지 아파트 아래층 이웃은 누구나 아는 유명 연예인이다. 이 아파트는 소위 부자들이 사는 고급 주거지인 것이다. 그러나 전 씨도 황당하게 국가장학금 수혜를 받은 적이 있다. 그는 약 70만원의 국가장학금을 받아 자신의 용돈으로 사용했다. 전 씨는 “등록금은 아버지가 따로 내주시고, 나는 내 통장에 들어온 국가장학금을 용돈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금융자산과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어도 실소득이 없어 건강보험료를 적게 내는 집안 사정이 전 씨 같은 부당한 국가장학금 수혜자를 낳고 있는 것이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이제는 어엿한 직장인이 된 박모(26) 씨도 대학 재학 시에 국가장학금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도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 때문에 학생 때 매번 국가장학금을 신청했지만, 대부분 탈락했다. 박 씨도 소득보다 빚이 많이 실제 생활은 어려우나 건강보험료 납부액이 기준을 초과해서 국가장학금을 못 받은 경우다. 그는 “나 같은 경우의 학생들을 수없이 봤다. 그리고 잘 사는 친구들이 받는 경우도 주변에 많았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은 대부분 이런 국가장학금의 ‘불편한 진실’을 잘 알고 있으며 이는 소수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국가장학금 선정 기준에 대해 불만이 많아지자, 정부는 다른 대책을 내놓았다. 건강보험료가 소득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 때문에, 정부는 2015년부터 건강보험료 중심의 소득 분위 산정 기준을 재산과 소득을 합친 ‘소득인정액’으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소득인정액으로 국가장학금 선정 방법이 바뀌어도, 개인의 은행 빚, 예금, 주식 등은 민간 영역이기 때문에 여전히 공적 자료에서 제외돼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

한국장학재단 관계는 “향후에도 국가장학금의 미흡한 점은 개선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소득 분위에 따른 국가장학금 이외에도 다른 국가장학금이 많이 있으니, 활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장학재단이 지원하는 장학금은 국가장학금 이외에도 국가근로장학금, 대통령 과학장학금, 국가우수장학금(이공계, 인문사회계), 국가 전문대학 우수학생장학금, 사랑드림장학금 등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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