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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소폰 연주로 봉사 다니면 늙을 틈도 없어요" / 김유리 기자

기사승인 2017.12.23  06: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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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한뜨락 색소폰봉사단, 현직 은퇴한 남녀 단원 12명이 요양원 등서 음악으로 마음 나눠

“남은 내 인생 나도 좋고 남도 좋으면 금상첨화 아닌가. 남을 위해서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에 무료로 찾아간다”고 말하는 봉사단이 있다. 부산 강서구의 한 건물 지하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색소폰 소리를 따라 내려가 보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이들을 만날 수 있다. 멋있는 색소폰 연주로 봉사를 다니는 '한뜨락 색소폰 봉사단'이다.

색소폰 연습을 하고 있는 한뜨락 봉사단 (사진: 취재기자 김유리).

한뜨락 봉사단은 2010년 결성돼 올해로 8년째 꾸준히 봉사하고 있다. 한뜨락의 이름은 함께 즐기고 봉사한다는 의미다. 단원들끼리 회의하고, 투표를 거쳐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단원은 박정언 단장(71)을 포함해 남자 5명, 여자 7명 등 총 12명. 색소폰은 흔히 신사의 악기라고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한뜨락 봉사단에는 색소폰의 매력에 빠진 여성 단원들이 많다. 모두 70대가 넘은 단원들이지만 연주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다.

이들의 연습실은 부산시 강서구 강서고등학교 앞에 위치해 있다. 연습실이 생긴 지는 5년이 됐다. 돈이 모자라 방음벽 및 무대 등을 모두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한 사람씩 들어가서 연습할 수 있는 개인 연습실도 마련돼 있다. 개인 연습을 한 후 무대에 올라가 다 같이 소리를 맞춰보는 연습 방식을 취하고 있다.

박 단장은 “봉사는 숨어서 하는 것이지 내세우고 자랑하는 건 못 된다”고 쑥스러운 듯 말했다. 그는 한뜨락 봉사단을 만들기 전부터 18년 동안 강서구청의 새마을 단체 소속으로 꾸준히 봉사 활동을 해왔다. 20년 넘게 전문적으로 카메라를 만지던 그는 전국 이곳저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러 다니기도 했다. 그러다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아무나 쉽게 카메라를 만질 수 있게 되자, 사진을 접고 색소폰으로 취미 활동을 바꿨다고.

테너 파트를 연주하는 박정언 단장(사진: 취재기자 김유리).

한뜨락 봉사단 단원들은 개인 사업이나 직장을 다니다 정년 퇴직한 사람들이 많다. 다들 봉사에 뜻은 있지만 혼자서는 시작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그러다 색소폰에 취미가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봉사단을 결성하게 됐다. 단원 김구(71) 씨는 “색소폰을 연주하면 나도 즐겁고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봉사하는 것도 좋다. 그래서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색소폰은 갖고만 있어도 사람들이 ‘우와’ 하며 관심을 보였던 악기였다. 박 단장은 “색소폰은 아무나 불 수 있는 게 아니다. 처음에는 후후 불어도 바람 소리만 나고 제대로 음이 나지 않는다”며 지금 연주를 잘 하는 것은 피나는 노력의 결과라고 자랑(?)했다. 그는 "옛날에는 색소폰이 귀했지만 그동안 많이 보급된 바람에 이젠 너무 많다. 희소성이 사라져 아쉽다”고 말했다.

2017년에도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며 보낸 한뜨락 봉사단. 그들의 활동 실적을 찍은 사진 기록들이 한 쪽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유리).

박 단장은 “그래도 금관악기 중 색소폰이 가장 마음에 든다. 색깔도 황금빛으로 번쩍거리고 멋있지 않느냐”며 자신의 색소폰을 꺼내보였다. 

한뜨락 봉사단은 한 달에 두세 번 요양병원 위주로 공연 봉사를 다닌다. 봉사단이 병원에 등장하면 환자들은 신나서 박수를 치고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춘다. 갑갑한 병원 생활 속에서 한뜨락 봉사단은 그들의 유일한 활기가 되어준다. 단장은 “병원에서 주사를 많이 맞는 것보다 우리와 같이 박수치고 노래하는 게 치료 효과도 낫다”며 “사람들이 우리를 기다려 주고 같이 즐겁게 놀 때 정말로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단원들은 병원에 봉사 갈 때는 절대로 화려한 무대 복장을 입고 가지 않는다고. 요양병원에 있는 환자들은 가족들이 자주 찾아오지 않아 병원 밖 모습을 그리워한다고 했다. 그래서 병원에 갈 때는 환자들이 제일 그리워하는 평상복을 입고 간다. 박 단장은 “병원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가 오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 이들을 배려해 평상복을 입고 가는 것이 당연해졌다”고 말했다.

연습실 한 쪽 벽면에 걸려 있는 무대의상들(사진: 취재기자 김유리).

연습실 한 쪽 벽면에는 ‘모든 시설물은 셀프입니다’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연습 시간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단원들 모두 연습실 열쇠를 가지고 있어 오고 싶은 시간에 와서 마음껏 연습할 수 있다. 밥도 지어 먹고 때로는 군것질 거리를 사와서 먹기도 하는 그들만의 아지트다. 전업주부를 하다 취미 생활로 색소폰을 배워 봉사를 시작했다는 임방강(75) 씨는 “평소 남자 단원들이 밥을 잘 해준다. 집에서 반찬들을 가져와서 나눠먹고 연습하니 힘이 더 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뜨락 봉사단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유리벽 사랑>, <연모>, <시계바늘> 등. 젊은이들에겐 생소한 트로트 노래들이지만 그들의 연륜이 느껴지고 애정이 담겨있는 곡이다. 개인 사업을 하다 그만두고 봉사를 시작한 강병구(73) 씨는 “<여자 인생>이라는 곡을 요양병원에서 불었는데, 할머니 한 분이 감동을 받아 엄청 우는 바람에 당황했던 적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박 단장은 “우리 단원들이 건강을 꼭 잘 챙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본인의 즐거움도 가졌으면 좋겠다”며 “시간이 날 때마다 우리가 필요한 곳에 봉사를 열심히 함께 다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단원들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취재기자 김유리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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