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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에너지 ‘풍력발전’ 어디까지 왔나...정진화 유니슨 풍력연구소장 인터뷰 / 김연수 기자

기사승인 2017.12.15  06: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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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까지 낯선 풍력발전, 유럽에선 10년전부터 해상 풍력발전 기술 개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은 올 한해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였다. 공론화 과정을 통해 신고리 5·6호기는 공사를 재개하는 것으로 결정됐지만, 이를 계기로 원전을 대체해나갈 미래 에너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유례없이 높아졌다. 다가오는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의 주역으로 태양광과 풍력이 꼽힌다. 하지만, 가정용으로 보급이 활발한 태양광에 비해, 풍력은 아직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시빅뉴스는 한국이 풍력발전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2001년에 대형 풍력 발전기 국산화 사업에 뛰어들어 국산화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해낸 정진화 유니슨 풍력연구소장을 만나 국내 풍력 발전의 현주소와 전망을 들어봤다.

▲ 한국 풍력발전의 전기 마련한 정진화 유니슨 풍력연구소장

2016년 누적 설비 용량 1000MW를 돌파한 국내 풍력 발전의 역사는 1998년 시작됐다. 제주 행원리에 상업용으로 처음 설치된 풍력발전기는 0.6MW(600kW) 용량의 덴마크 베스타스(VESTAS)사 제품이었다. 당시까지 국내에는 대형 풍력발전기를 제작한 경험이 없어서 국내 1호 풍력발전기 보급을 수입 제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정 소장은 포항공대 재직 당시 2000년에 국내 풍력발전 업계의 개척자인 '유니슨'을 주관기관으로 하여 750kW 급 대형 풍력발전기 국산화 국책 과제에 신청, 선정됐으며,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이 과제를 통하여 풍력발전기 국산화 사업에 참여하였다. 

맨 왼쪽이 정진화 유니슨 풍력연구소장(사진: 취재기자 김연수).

국산 대형 풍력발전기 제작은 수많은 문제가 실타래처럼 얽혀있었다. 정 소장은 그때 상황을 “시행착오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제작에 필요한 모든 기술이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됐다. 7년이 걸렸다. 완성된 국산 풍력발전기 1기는 2008년 6월 고리 원자력 발전소 앞에 설치됐다. 

정 소장은 대형 풍력발전기 국산화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면서 한국 풍력발전에 일대 전기를 마련했다. 그는 “에너지 빈국인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공헌하겠다는 사명감에 시작한 일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그는 오늘날 국내 풍력발전의 현주소를 다소 냉정하게 평가했다. “(풍력발전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정 소장은“우리나라가 원자력 발전 및 화력 발전 강국이라는 이유로 에너지 다양화를 등한시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 세계는 지금…육상 풍력→해상 풍력→부유식 해상 풍력으로 진화

유럽을 중심으로 한 풍력 선진국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해상 풍력을 준비해왔다. 땅 위의 풍력발전기가 포화상태가 될 때를 대비한 것이었다. 해상 풍력은 육지 면적의 제한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육지에 설치할 때 생기는 각종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영국은 해상 풍력 분야에서 독보적으로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북쪽 해상은 태풍이 거의 없고, 풍속이 높으며, 수심이 20m 전후 정도로 깊지 않아서, 풍력발전에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영국은 해상 풍력 누적 설비용량만 5156MW다.

세계 해상풍력 TOP10(자료: 본지 제작, 출처는 GWEC).

국내 해상 풍력은 제주에 있는 탐라 해상풍력발전단지가 지난달 완공되면서 해상 풍력 세계 9위의 자리에 올랐다. 누적 발전 설비 용량은 35MW에 불과하지만, 좁은 육지의 한계를 넘어서는 시작점이라 할만하다. 정 소장은 “향후 해상 풍력은 민원의 발생 확률이 적고, 대규모 단지가 가능하며, 바람의 질이 좋으므로, 기술 개발의 향상과 함께 시장이 꾸준히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부유식 해상 풍력발전도 있다. 부유식은 육지에서 먼 바다 한 가운데에 설치된다. 고정식은 수심이 깊어지면 그만큼 기둥도 바닥까지 내리기 위해 길어질 수밖에 없다.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100m 전후의 수심에서는 아예 발전기가 배처럼 물위에 뜨게 만드는 것이다.

아이디어는 실현됐다. 지난 10월, 세계 최초로 스코틀랜드 동부 애버딘 해안에서 약 25㎞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에 부유식 해상 풍력 단지가 발전기 가동을 시작했다. 최대 수심 129m인 해상에 떠 있다. 이름은 하이윈드(Hywind). 6M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부유식 발전기 5기로 총 30MW를 생산한다. 건설 완료까지는 15년, 비용은 약 2억 파운드(2919억 원)가 투입됐다. 부유식이 안전성과 경제성을 검증받으면 기술의 발전에 따라 건설 비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소장은 “향후 우리나라의 조선업을 대신할 차세대 수출 산업으로 예상하는 분야가 바로 부유식 해상 발전이다. 조선산업의 인프라와 인력을 유지할 산업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스탓오일(Statoil)사의 하이윈드. 배를 이용해 풍력발전기를 바다에 떠있는 부유체와 결합하고 있다(사진: 스탓오일 유튜브 동영상 캡처).
스탓오일(Statoil)사가 설치한 해상 부유식 풍력발전기 하이윈드(사진: 스탓오일 유튜브 동영상 캡쳐).

▲ "풍력발전 시작도 못 하게 싹을 잘라버리면…"

정진화 소장은 신재생에너지 이슈가 등장할 때마다 엉터리 전문가가 난무하고 억측성 기사가 여과 없이 쏟아진다고 했다. 그래서 시중에서 논의되는 여러 가지 신재생 에너지 이슈를 집중적으로 정 소장에게 질문했다

그 첫 번째 이슈는 전체 필요 에너지 중 신재생 에너지 비율을 20%(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까지 끌어올리려면 “서울의 1.7배 풍력 부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관한 것이다. 이는 1000MW 용량의 풍력발전소를 짓는 데 필요한 부지에 최근 생산되는 터빈을 설치한다고 가정했을 때를 기준으로 70㎢의 면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 소장은 1000MW에 70㎢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책상에 앉아서 계산기만 두드려서 나온 결과라고 했다. 풍력발전기의 성능을 제대로 뽑아내려면 오히려 70㎢보다 2배 이상 넓은 약 150㎢의 터가 필요하다는 게 정 소장의 견해. 정 소장은 독일과 덴마크의 현황을 예로 들었다. 독일은 풍력발전이 2016년 말 기준 5만MW(이 중 해상 풍력은 4000MW), 덴마크 풍력발전은 5000MW(이 중 해상 풍력은 1200MW) 규모다.

정 소장은 “지금도 이들은 매년 많은 풍력발전기를 설치하고 있으며, 그게 가능한 이유는 전 국토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시간을 가지고 사회적 합의를 이뤄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해상풍력까지 고려할 때 국토가 좁아서 풍력이 안 될 것이라는 섣부른 불가론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항간에서는 “충남 서산이나 경북 울진의 평균 풍속은 바닷가인데도 초속 2.4~3.8m로 독일 북부(7~9m)나 덴마크(8~9m) 절반 이하”라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 정 소장은 이들이 주장하는 풍속 2.4~3.8m/s는 기상청 자료라고 지적했다. 기상청 자료는 우리 일상생활을 위한 지표면 10m에서 잰 자료이며, 유럽의 풍력발전기 풍속은 실제 풍력발전에 필요한 지상 100m 상공 높이에서 측정한다는 것이다. 정 소장은 에너지기술연구원 풍력 자원 지도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100m 높이에서 서산은 연평균 6m/s, 울진은 7m/s 정도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육상 풍력발전기의 블레이드(날개) 회전 소음에 대한 환경 단체의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정 소장은 현행 풍력발전기의 소음은 과거 풍력발전기보다 현저하게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현재 풍력발전기는 선진국과 동등한 소음 규제 조건을 지켜야 하므로 민가와 최소 500m 정도 거리를 두고 설치되고 있다.

정 소장은 “일부 반대 단체는 풍력발전기 바로 아래에서 소음을 재는 일도 있다”면서“소음이 난다고 해도 유지 보수를 통해 줄이는 방법도 있는데, 일단 반대하기 시작하면 설득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풍력발전기를 설치하기 전에 미리 컴퓨터로 풍력발전기와 민가 사이에 발생할 소음 정도를 예측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한편, 정 소장은 “풍력발전기가 어느 정도 소음을 발생시키는 것은 사실이다. 민가와 별개로 사람이 풍력발전기 바로 밑에 올 수도 있으므로 소음 저감 기술은 계속해서 연구·개발하고 개선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 “에너지 전문가는 더 이상 ‘대체 에너지’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다”

신재생 에너지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질문은 사실 ‘신재생 에너지가 원전을 대체할 수 있느냐’일 것이다. 정 소장은 “제대로 된 에너지 전문가라면 대체 에너지라는 용어는 절대 쓰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 소장은 “신재생 에너지를 지금의 원자력이나 화력 같은 기존 발전 설비의 ‘대체’ 에너지라는 틀에 넣는 순간, 이미 완성 단계에 이른 원전과 화력 발전과 비교해서 신재생 에너지를 과소평가하게 되고, 에너지원 사이에 대결하는 구도가 형성된다”고 지적했다.

정 소장은 에너지 패러다임이 중앙 집중형 발전 방식(원전, 화력발전)에서 신재생 에너지와 같은 소규모 분산형 발전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정 소장은 다만, “에너지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은 큰 비용과 긴 시간이 필요한 문제”라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신재생에너지가 기대만큼의 수준으로 확대되는 것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당장은 기존의 에너지에 신재생 에너지를 보완해가면서 에너지 생산 비율을 어떻게 변화시켜나는 게 바람직한가를 고민해야한다고 했다.

정 소장은 “원자력도 원료인 방사성 물질은 수입하는 것이고, 방사성 물질도 장기적으로는 원료값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 부산물인 고농도 핵폐기물은 수십 년 간 임시 저장만을 하고 있는 형편을 감안하면 영원히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간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세계 시장에서 풍력발전 단가는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기술 발전의 결과다. 육상 풍력은 1MWh 기준 43~70달러, 해상 풍력은 70~145달러 정도의 건설 단가 범위를 보인다. 한편, 2016년 말에는 덴마크 해상에 설치 예정인 600MW 풍력 단지에 스웨덴 단지 개발사가 1MWh 당 53달러로 낙찰을 받아 해상 풍력발전 단가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발전 단가는 여전히 높다. 풍력 선진국의 2~3배 높은 수준이다. 정 소장은 정부가 집중적으로 지원하면 우리나라도 머지않은 장래에 풍력발전 단가가 원자력 발전 단가에 가까워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정 소장은 독일, 덴마크 같은 유럽 풍력 선진국은 지형적으로 풍력발전에 유리하고 이미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유럽과 단가가 같아질 것이라는 단순 비교는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라 했다.

정 소장은 “이상적인 주장은 경계해야 한다”면서 “향후 미래에 기술적인 평등을 전제로 해도 평균 발전 단가는 경제 규모에서 오는 단가 저감의 한계, 풍황(바람이 부는 환경) 및 설치 입지의 차이 때문에 유럽이나 미국 대비 약 10-20% 정도 차이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 중요한 건 주민의 지지와 정부의 의지

문재인 정부는 ‘신재생 에너지 3020’을 추진한다. 203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 20% 달성을 목표로 신재생 에너지 보급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풍력과 태양광 비중을 보다 높이는 방향으로 구상 중이다. 조만간 구체적인 이행계획안이 발표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신재생 에너지 20% 달성을 위한 가장 중요한 열쇠는 결국 지역 주민이 쥐고 있다. 주민수용성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신재생 에너지 보급은 초기 비용이 많이 든다. 주민들의 신재생 에너지에 관한 이해와 공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정 소장은 “유럽은 국민들이 긴 시간을 고민하며 사회적 합의를 이뤘다. 신재생 에너지가 당장은 전력이 비싸더라도 장기적으로 가격이 하락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환경을 지키자는 것이다”라고 했다. 정 소장은 “우리나라는 아직 금전적 보상 말고 뚜렷한 방안이 없다”면서 “결국 금전으로 해결하다보면 설치 단가와 맞물려 발전 단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풍력 에너지 보급이 활발한 국가들은 지역 주민 참여형 풍력단지 건설로 주민수용성 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다. 덴마크가 그 사례다. 덴마크 주민들은 협동조합을 만들어 풍력발전 사업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이들 주민들은 재정 투자뿐만 아니라, 설치 장소 결정, 환경단체 설득 등에도 적극적이다. 오랜 기간 지역 주민과 정부와의 소통이 있었기에 합의점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정 소장은 탐라 해상 풍력을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끌어낸 결과라고 했다. 정 소장은 “탐라 해상 풍력은 주민 어촌계가 적극적으로 협조해 공사 기간 중 자진해서 불편을 참아준 모범 케이스로 발표되기도 했다. 주민 수용성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정 소장은 ‘에너지3020’ 정책을 하나의 선언적 목표치로 보고 있다. 정 소장은 “우리나라는 과거 20여 년 간 에너지 기본 계획 아래 신재생 에너지 보급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동안 구체적인 국가 차원의 규제 철폐 노력이 풍력 선진국인 유럽, 미국, 중국과 비교하면 매우 부족했던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에너지 전환 정책은 어쩌면 익숙한 것과 이별을 고하고 닻을 올려 망망대해로 나아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정 소장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풍력발전협회(GWEC)에 따르면, 국내 풍력발전 누적 설비용량은 2002년에는16MW에 그쳤으나 2016년에는 1013MW를 기록했다. 1000MW를 넘은 국가는 한국 포함 29개국이 있다.

정진화 소장은 지난 9월 21일 제11회 신재생 에너지 대상 시상식에서 풍력발전 분야에서 쌓은 그 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이날 11년 만에 이 분야 최초이자 유일하게 석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취재기자 김연수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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