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포트에 속옷 삶고 어메니티 되팔기...진상 고객에 호텔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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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포트에 속옷 삶고 어메니티 되팔기...진상 고객에 호텔 골머리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7.12.0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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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품 파손 후 줄행랑 예사..."요구 안 들어주면 민원 넣는다고 협박하라" SNS선 '노하우'까지 유통 / 정인혜 기자
연말 성수기를 맞아 호텔이 특수를 맞은 가운데, 진상 고객들도 덩달아 늘고 있어 호텔 업계 관계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연말 성수기를 맞아 분주한 숙박 업계가 이른바 ‘진상 고객’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설 내 전기 포트에 속옷을 삶는 사람에서부터 어메니티(편의용품)를 추가로 요구해 되파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손님은 왕’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갑질을 하는 경우는 예삿일이다.

12월 본격적인 연말 시즌을 맞은 요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호텔 서비스에 대한 팁이 영웅담처럼 올라온다. 어떻게 하면 무료로 룸 업그레이드를 받을 수 있는지, 어메니티를 하나라도 더 챙겨올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가 버젓이 ‘노하우’로 둔갑해 소개된다.

룸 업그레이드 방법을 소개한 한 네티즌은 “가격이 가장 저렴한 침대 하나인 방을 예약하고 같이 온 친구와 싸워서 떨어져 자고 싶다며 넓은 방을 요구하면 된다. 많은 방법이 있지만,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가장 좋다”며 “끝까지 안 된다고 하는 경우에는 서비스 민원을 넣겠다고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진상 손님의 행태는 천태만상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호텔 침구를 다시 사용할 수 없게 심하게 오염시키는 경우, 퇴실 시간을 제멋대로 훌쩍 넘겨 퇴실하는 경우, 눈에 잘 띄지 않는 호텔 비품을 파손하는 경우도 있다. 

대개 호텔에서는 비품 파손을 대비해 보증금을 받고 있지만, 파손을 제때 파악하지 못하고 보증금까지 돌려주고 난 이후에는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고 한다.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하면 증명할 방법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

파손이 아닌 훼손일 경우에도 문제는 심각하다. 호텔에서도 파악하지 못한 작은 물건이 훼손됐을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다음 숙박객이 떠안게 된다. 예컨대 물을 데우는 데 사용하는 ‘전기 포트’가 그 대표적인 예다.

호텔 객실에 비치된 전기 포트에 양말과 속옷을 삶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문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호텔 객실에 비치된 전기 포트에 양말과 속옷을 삶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호텔에서 일한다고 밝힌 한 네티즌은 “사실 전기 포트에서 양말을 발견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속옷을 빠는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전기 포트 주둥이 여과기에 음식물 찌꺼기 등이 끼인 사진을 공유하는 네티즌들도 다수다.

추가 어메니티를 요구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회사의 제품일 경우 더욱 빈번하게 발생한다. 한 호텔 관계자는 “손님들 편의를 위해서 어메니티 브랜드를 바꿨는데, 그 이후로 계속해서 요구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 본래 제공하던 저렴한 어메니티로 다시 바꿔야 할지 논의 중”이라며 “진상 고객들의 피해를 선의의 고객들이 떠안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도대체 이 어메니티를 어디에 쓰는 걸까. 인터넷 검색창에 ‘어메니티’를 검색해보니, 이를 판매한다는 글이 다수 게재돼있었다. 호텔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어메니티를 되파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00 호텔에서 제공하는 고급 어메니티”라며 “물량 3개 남았으니 어서 사가세요”라고 썼다. 보통 호텔에서는 객실 당 어메니티 한 세트를 무료로 제공한다.

객실당 1개씩 제공되는 어메니티를 되판다는 판매자들(사진: 네이버 캡처).

한 대형 호텔 관계자는 “진상 손님들이 늘어나니 호텔 수요가 급증하는 연말이라는 게 실감 난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여름과 겨울이 가장 무섭다는 이야기도 돈다”며 “진상 손님을 응대하고 피해를 보상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다른 서비스 비용 인상으로 이어진다. 비록 짧은 기간 머무르는 공간이지만, ‘내 집처럼’ 소중하게 다뤄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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