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크리에이터 동호회 '밀키워커', '에너지 바닥난 세계' 컨셉트로 새 게임 구상 중
상태바
게임 크리에이터 동호회 '밀키워커', '에너지 바닥난 세계' 컨셉트로 새 게임 구상 중
  • 취재기자 김성환
  • 승인 2017.11.27 05: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게임 스스로 만들어 즐기기...상업성 확보, 기업화도 염두에 / 김성환 기자

대부분 게이머들은 게임 회사들, 또는 기존 게임 개발자들이 세팅해놓은 룰 속에서 게임을 한다. 그런데 스스로 게임을 만들어 주변 사람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는 동호회가 있다. 경성대, 부산대 등 부산의 몇몇 대학생들로 구성된 ‘밀키워커’가 그것이다. 주로 밤에 거리를 다니며 게임을 구상하고 게임 제작에 관해 논의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보드 게임을 스스로 만드는 모임인 '밀키워커'가 밤에 거리를 다니며 게임 회의를 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성환).

리더는 따로 없다. 프로그래밍, 일러스트, 게임의 스토리텔링 등을 담당하는 멤버들이 각자의 역할을 할 뿐이다. 배경 일러스트 담당 김대영(23) 씨는 동호회 구성의 의미에 관해 "단지 게임을 만드는 것이 즐거워서 모였다"고 말한다. 또 캐릭터 일러스트 담당 고흥민(23) 씨는 "기존 상업적 게임에 아무런 생각 없이 따라다니기보다 스스로 창조적으로 게임을 만들어 해보면 몇 배의 즐거움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밀키워커는 요즘 새로운 게임을 구상 중이다. 게임 배경은 현대 문명의 끝에 기계와 인간의 전쟁으로 세계가 멸망하고 다시 만들어진 세계에서 에너지가 바닥나고 있는 상황을 상정한 내용이다. 스토리텔링을 담당하는 김우빈(23) 씨는 "주로 인간의 윤리적 가치 선택에 대한 책임 등을 주제로 게임을 만들 것"이라면서 "현재 스토리를 구상하고 있는데 내년 초 완성된 스토리에 프로그래밍을 입혀 내년 하반기쯤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씨는 "새 게임이 좋은 반응을 얻게 되면 본격적인 시판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욕을 표명했다.

원래 밀키워커는 2년 전 결성된 ‘너드 프로그래머’가 전신이다. 너드 프로그래머는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을 만들며 함께 즐기고 있었는데 멤버 중 한 사람이 개인 사정으로 탈퇴하면서 시나브로 해체됐다. 팀 자체에 뚜렷한 목표가 없었던 것이 해체의 기본 원인이었다. 프로그래밍 담당 김도훈(23) 씨는 "마치 선원들이 배를 타고 항해하는 것 같이 모임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그 배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어디에 정박해야 하는지 모르는 채 햇빛과 굶주림에 탈진할 때까지 항해하는 것과 같았다"면서 해체 당시의 허탈한 심정을 회고했다. 또 멤버 중 일부가 군복무로 연락이 소원해진 것도 원인 중 하나였다. 하지만 다들 "많은 추억을 쌓았고 많은 것을 배워 앞으로 각자 분야에 맞는 능력을 기르는데 밑거름을 얻었다"고 자평했다.

이들이 다시 뭉치게 된 것은 김우빈 씨가 전역하면서부터였다. 사실상 팀을 주도하는 역할을 도맡아왔던 김우빈 씨는 "여러 사정이 있었지만 그런 것들로 멈추기에는 너무 아까웠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꼭 무언가를 완성시키고 싶어서 멤버들에게 새롭게 다시 시작하자"고 전했다. 그에 대해 김도훈 씨는 "게임을 만드는 게 좋아서 팀을 결성했고, 그 결과로 재밌는 게임 하나 만들었다는 말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는 "과거의 경험을 실패나 트라우마가 아닌, 좋은 시행착오와 어디에도 얻을 수 없는 훌륭한 경험으로 작용하여 나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밀키워커는 새 게임이 개발되는 시점에 새로운 이름으로 재탄생할 구상을 갖고 있다. 김우빈 씨는 "현재 구상 중인 스토리가 잘 나와 어떤 게임이 만들어질지 스스로도 기대된다"면서 "잘하면 유명 인디 게임과 같은 상업성을 확보, 우리 동호회를 기업형 게임 회사로 키우고 싶은 욕심도 있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혼자서 보드게임을 만들어 주변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사람도 있다. 경성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설(23) 씨는 군 복무를 수행하는 2년 동안 자신이 전에 만들었던 ‘에네비’라는 게임을 확장시켰다. 카드 턴제 전력 게임인 에네비는 플레이어들이 고를 수 있는 캐릭터와 싸울 수 있는 맵, 도전할 수 있는 보스 등을 추가했다.

그는 에네비를 만들며 부대에 있던 많은 사람들과 함께 게임을 즐겼다. 그 중에 여전히 군 복무 중인 이모 씨는 새로 추가된 보스를 깨기 위해 계속해서 자신의 캐릭터를 늘리며 도전해왔다. 결국 10명의 보스 중에서 6번째 보스까지 클리어한 그는 "다음에 만나면 꼭 7번째 보스를 쓰러뜨리겠다. 온라인화되면 바로 베타테스터 신청하러 가겠다"고 말했다.

김설 씨가 자신이 만든 '에네비'를 하면서 어떤 카드를 쓸지 고민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성환).

김설 씨는 군 복무를 수행하는 2년 동안 에네비를 확장하는 것 말고도 또 하나의 게임을 만들었다. 주사위를 던져 나온 눈금 수만큼 자신의 말을 움직이는 주사위 게임인 ‘펄스페이트(False Fate)’라는 게임이다. 단순한 주사위 게임처럼 보이지만 캐릭터와 능력, 심지어 승리 조건까지 무작위로 선택하기 때문에 운은 물론이고 전략적인 요소까지 갖추고 있는 보드게임이다. 각 캐릭터마다 소소한 스토리도 있어 게임하는데 있어 다양한 재미를 즐길 수 있다.

펄스페이트를 만들 때 많은 도움을 줬던 이주훈(23) 씨는 플레이어 자신에게 주어지는 환경 속에서도 자신이 의도한 선택으로 전략적인 플레이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False Fate’만의 매력이자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작(에네비)에 비해 게임도 단순하고 나름의 스토리도 있어 마음에 든다. 나도 관심이 없는 분야는 아니라서 최대한 도와주려고 한다"고 전했다.

김 설 씨가 카페에서 친구들끼리 모여 자신이 만든 펄스페이트를 즐기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성환).

김설 씨는 앞으로도 이러한 보드게임을 재능이 닿는 만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설 씨는 "현재 두 게임 모두 시간이 오래 걸리고 휴대가 불편하다는 말이 많은데, 다음에 게임을 구상할 때는 꼭 염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다음에 이런 또 이런 취재를 할 기회가 있다면, 그때는 꼭 온라인화됐다는 소식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그런 그를 보며 주변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자기만족 하나만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하다", "응원한다", "제발 온라인화 좀 해라" 등의 격려의 말을 하고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