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사회 언제 오나? 아직도 카드 내밀면 구박해 현금 결제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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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사회 언제 오나? 아직도 카드 내밀면 구박해 현금 결제 유도
  • 취재기자 박신
  • 승인 2017.11.23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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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상가·보세 골목, 현금가보다 카드가 높게 책정...업소 측 "수수료 내면 남는 게 없다" / 박신 기자

카드 결제가 일상화됐지만, 상당수 가게는 여전히 현금 지불을 노골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현금 결제가 더 저렴하기 때문에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대부분 현금으로 결제한다. 현금 결제는 결국 업소의 탈세로 이어져 조세 정의 실현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얼마 전 쇼핑을 하기 위해 친구와 함께 서면 지하상가를 찾은 대학생 김지현(22, 부산시 금정구) 씨는 카드 수수료 때문에 불편을 겪었다. 지하상가에 있는 한 옷집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골랐지만, 선뜻 계산하지 못했다. 카드로 계산하면 현금으로 계산할 때보다 더 비쌌기 때문이다. 김 씨는 “당시 현금이 없어서 옷을 살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가게 주인이 ‘얼른 ATM기에서 뽑아오라’고 하더라”며 “조금이라도 돈을 아끼려고 어쩔 수 없이 ATM기에서 돈을 뽑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부산 서면 지하상가의 옷 가게에는 카드 결제 시 수수료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을 가게 입구에 크게 써 붙여 놓았다(사진: 취재기자 박신).

현금으로 결제하면 카드 결제보다 더 싸다면서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곳은 시내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학생 이 모 씨는 경성대 앞 술집을 자주 이용하는 데 술집 중에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곳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카드 결제를 하면 현금 결제할 때보다 더 비싸다”며 “대학생들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현금을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곳으로는 규모가 작은 가게가 밀집한 지하상가나 부산의 남포동의 보세 골목이 대표적이다. 남포동 보세 골목에서 옷을 자주 사는 대학생 박모(22, 부산시 동구) 씨는 “카드로 결제하면 노골적으로 불쾌해하는 티를 내는 곳도 있고 가격도 더 비싸기 때문에 웬만하면 현금으로 구매한다”고 말했다.

노골적으로 현금을 유도하는 문구는 부산 남포동 지하상가와 보세골목 가게들에서 자주 보인다(사진: 취재기자 박신).

남포동 보세 골목 옷가게에서 일하는 A 씨는 이 근처 옷가게 대부분이 현금 결제를 유도한다고 말했다. A 씨는 “카드로 결제하면 현금으로 결제할 때보다 10% 정도 더 비싸게 받는 게 일반적”이라며 “손님이 카드로 결제하려고 하면 현금 판매가에서 부가세 10%가 붙는다고 알리는 방법으로 현금 결제나 계좌이체를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소와는 달리 소비자들은 카드 결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지급 수단 이용 행태 조사 결과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선호하는 지급 수단으로 신용카드가 66.4%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현금(22.8%), 체크·직불카드(10.8%)가 뒤를 이었다. 또 국내 현금 사용률은 26.0%로, 신용카드 사용률(50.6%)의 절반에 그치는 수준이다. 체크카드나 직불카드 사용률(15.6%)까지 포함할 경우 현금 사용률은 카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은 관계자는 "신용카드는 보관하기 편하고 지급 절차가 간편해 소비자들이 결제 시 선호한다는 응답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현금으로 결제하면 더 저렴한 가격으로 해주거나 카드 결제 시 수수료를 추가로 받는 등의 행위 모두 불법이라는 점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 19조 1항에 따르면 "신용카드 가맹점은 신용카드로 거래한다는 이유로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거나 신용카드 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업주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남포동 지하상가에서 옷 가게를 하는 현모 씨는 “가게 입장에서는 카드 수수료까지 내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산 서면 지하상가에서 옷 가게를 하는 김모 씨는 “카드 수수료가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라며 “그래서 웬만하면 손님들에게 현금으로 계산하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이에 대해 부당하다고 느끼지만 어쩔 수 없이 현금을 낼 수밖에 없다. 양덕연(48, 부산시 동구) 씨는 “가게에서 현금 결제를 유도하면 소비자들은 마지 못해 현금을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찬영(22,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현금을 항상 갖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카드로 결제한다고 해서 수수료를 더 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카드로 결제하든 현금으로 결제하든 같은 금액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성대 경제금융학부 김종한 교수는 카드 수수료를 적게 내거나 매출액을 속여 세금을 덜 내려는 행위는 탈법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 교수는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세금이 덜 걷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지금 당장 큰 영향을 끼치는 않을 것”이며 “현실적으로 마땅히 막을 방안이 없는 상황이어서 소비자들이 현명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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