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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 시술에 건강보험 적용했지만 "난임 환자 외면하는 정책" 비판 직면

기사승인 2017.11.21  06: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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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보 적용 시술 횟수·연령 제한으로 부담 되레 늘었다"는 환자 급증…복지부 "후속 대책 마련" / 정인혜 기자

난임 환자 지원 대책 도입 후 오히려 부담이 가중됐다며 호소하는 난임 환자들이 늘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지난 10월, 난임 환자들을 위한 획기적인 정책이 나왔다. 난임 시술에도 건강보험 혜택을 적용해 환자들의 비용 부담을 낮추겠다는 것. 그러나 정작 수혜자인 난임 부부들은 이에 대해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병원비 부담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그간 난임 치료 시술은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돼왔다. 이에 보건복지부(복지부)는 소득 수준에 따라 시술 횟수와 금액을 다르게 지원했으나, 건강보험 적용 방식으로 변경해 환자가 시술 비용의 30%만 부담하도록 했다. 난임 치료 시술 중 체외수정의 경우 비용은 회당 250만~300만 원, 인공수정은 60만~80만 원까지 보조한다.

아울러 그동안 병원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던 시술 가격을 수가를 정해 표준화했다. 시술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은 건강보험을 적용한다.

지원 대상은 법적 혼인 상태에 있는 난임 부부 가운데 난임 시술 진료 시작일 기준 부인 연령 만 44세 이하인 사람으로, 건강보험 적용일 이전 지원받은 횟수와 연계해 체외수정은 최대 7회(신선배아 4회·동결배아 3회), 인공수정 3회까지 적용받는다. 

시술 대상 연령이 제한된 이유는 안전성 우려 때문이다. 복지부는 시술 대상자 연령이 올라갈수록 임신 확률과 출생률이 급격히 감소하고 유산율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정책 수혜자인 환자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상당수 난임 환자들은 정책 도입 전에 비해 부담이 더 커졌다고 호소한다. 이 같은 현상은 고소득층보다 저-중소득층 환자들에게서 특히 두드러진다.

난임 환자 양모(38) 씨는 2년 전부터 난임 치료를 받고 있다. 임신을 위해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병원과 집만 오가며 노력하지만, 아이는 쉽게 들어서지 않는다. 양 씨가 현재까지 쓴 병원비는 어림잡아 1300만 원가량. 올 10월부터 난임 시술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는 말만 믿고 기다렸지만, 달라진 건 별로 없다. 양 씨는 오히려 상황이 더 나빠졌다고 말한다.

과거 양 씨는 소득 분위에 따른 지원금을 받았으나, 현재는 지원금 없이 진료 금액의 30%만을 부담한다. 복지부가 나서 수가가 정해진 상황에 언뜻 보면 혜택이 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양 씨는 이에 동의하지 못한다. 더 저렴한 병원에 다니면서도 치료비가 늘었기 때문.

그는 “정책이 도입된 이후 원래 다니던 병원 치료비가 올라서 더 저렴한 병원을 찾았는데, 그래도 (정책이 시행되기 전인) 예전보다 더 비싸졌다”며 “돈 많은 사람들이야 비싼 병원 가도 30%만 내면 되니까 좋겠지만, 남편 월급 300만 원 받는 나 같은 서민들은 ‘이제 정말 아이를 포기해야 하나’ 싶을 정도”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양 씨의 치료비가 늘어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양 씨는 건강보험 적용 대상자에서 제외됐다. 양 씨는 지난 2년간 정부의 난임 지원을 총 4차례 받았는데, 보건부는 난임 치료의 건강보험 적용 횟수를 이번 정책 도입 전 받은 지원을 모두 포함해 ‘4회’로 제한했다. 양 씨는 정책 도입 전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적용 횟수를 모두 소진했기 때문에 건강보험 혜택을 보지 못한 것이다.

복지부가 수가를 높게 책정했다는 데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JTBC에 따르면, 복지부는 난임 시술 수가를 시중 가장 비싼 병원보다 약간 낮은 수준에서 책정했다. 이 같은 이유로 지난 2년간 4차례 치료를 받은 양 씨는 과거보다 더 저렴한 치료비의 병원을 찾아도 더 비싼 병원비를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또 다른 난임 환자 김모 씨도 정책 도입 후 상황이 더 나빠졌다고 말한다. 정책 시행 전 3차례 치료를 받은 그는 현재 병원도 가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 혜택을 보기 위해서는 기회가 단 한 번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임신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4차례 만에 뚝딱 되면 그게 어디 난임 환자냐”며 “주변에는 (난임 시술) 10차수가 넘어가는 환자들도 많이 봤다. 여기에 나이 제한까지 걸려 있으니 이쯤 되면 나라에서 아이를 낳지 말라고 부추기는 것”이라고 가슴을 쳤다.

아울러 그는 “지원 대책이 발표되고 나서 난임 환자들 사이에서는 ‘횟수 제한에 가슴 졸여서 될 임신도 안 되겠다’는 말들이 나온다”며 “정작 시술을 받고 있는 당사자들은 기존 지원 횟수 연계와 횟수 제한으로 혜택도 못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정치권에서도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속속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지난달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난임 시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횟수와 연령 제한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 의원은 “난임 시술 건강보험 적용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난임 부부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못했다”며 “45세 이상이라도 건강한 임신과 출산이 가능한 분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난임 질환 관련 의료 이용 환자 중 45세 이상 환자는 총 3596명으로 집계됐다.

이어 남 의원은 “기존 지원 사업과 건강보험 적용 횟수 연계에 대해서 난임 단체, 의료기관,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하여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같은 당 기동민 의원도 지원 횟수 연계 제도로 1만 5000명가량의 난임 환자가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기 의원이 복지부에 요청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선배아 4회, 동결배아 3회, 인공수정 3회를 모두 채워 건보 혜택 대상에서 제외된 난임 환자는 2만 6396명으로 예상된다. 이중 인공수정으로 제외된 사례는 1만 4981명, 신선배아는 7939명, 동결배아는 3476명 등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지원 횟수 연계 등을 수정하는 방안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난임 환자들의 반발이 컸던 만큼 지원 횟수 연계 방안 수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횟수 연계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후속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기자 정인혜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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