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무스탕: 랄리의 여름'이 기원한다, 질곡에 사는 터키의 딸들에게 야생마의 자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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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무스탕: 랄리의 여름'이 기원한다, 질곡에 사는 터키의 딸들에게 야생마의 자유를...
  • 부산시 진구 황혜리
  • 승인 2017.11.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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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지 진구 황혜리

영화 <무스탕: 랄리의 여름>의 제목 속 무스탕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의복 종류가 아닌 '야생마'를 가리키는 단어다. 영화 포스터 속 어린 소녀들과 야생마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무스탕: 랄리의 여름>은 터키의 여성 불평등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야생마는 곧 자로로운 여성을 의미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감독과 배우는 터키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오스카 외국어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수작이다.

왼쪽이 감독을 맡은 데니즈 겜즈 에르구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이 영화는 터키의 한 마을에 살고 있는 다섯 자매인 랄리, 누르, 셀마, 소냐, 에체의 이야기를 랄리의 시선을 통해 풀어낸다. 그들은 20대 전후의 나이에 맞게 모든 게 즐거워 그저 깔깔거리며 웃고, 이야기하고, 천진난만하게 살아간다. 그러나 부모 없이 할머니와 삼촌의 보살핌 속에 살아가고 있는 자매는 어느 날 이웃 아주머니의 말 한마디에 생활이 180도 변해버리고 만다. “바다에서 짧은 바지를 입고 남자 아이들과 업혀가며 놀았다”는 옆집 아줌마의 말 한마디에 격노한 할머니는 집안 곳곳을 자물쇠로 채우고 손녀들의 외출을 금지시킨다. 대신 그들은 조신한 여성이 되기 위한 요리 강습과 집안 일을 비롯한 신부 수업을 받아야만 한다. 이후 랄리의 언니들은 연달아 모르는 남자와 원치 않는 결혼을 하게 된다.

이들이 탈출을 시도할 때마다 집 외벽은 더욱 높아지고, 감시는 삼엄해지며, 자매들의 결혼을 위한 준비는 서둘러 착착 진행된다.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여성의 존재는 단지 결혼을 위함이고 순결은 이들이 지켜야할 최고의 덕목이다. 자매는 결혼 전에 순결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을 들려야 한다. 이런 일에 반기를 들지 못하는 자매들은 불편부당함을 오랜 세월 동안 가슴에 묻고 산다. 랄리의 마을은 그렇게 남성 위주로 돌아가며 여성의 인권을 무시한다. 결국 자매 중 셋째 에체는 자살로 세상을 떠나고 말지만, 영화는 밝은 자매의 모습과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대조시키며 묵직한 주제를 무리없이 끌고 간다. 비록 이 영화가 아카데미 외국어상을 수상하지는 못했으나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 작품이 될 것 같다. 현실의 터키 어린 소녀들이 영화와는 달리 너른 벌판을 원없이 뛰어다니는 자유로운 야생마가 되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페미니즘 관련 이슈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나도 덩달아 여성 인권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 전 세계적으로 'METOO 캠페인'이 벌어질 정도로 남성들의 성희롱에 당하는 여성들이 후진국은 물론 선진국인 미국이나 유럽에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여성 인권을 다룬 영화들이 지속적으로 평등한 세상을 이슈화했지만, 세상의 기우러진 운동장은 쉽게 바로 잡히지 않고 있다. 그게 수천 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 양성평등은 무언가 구조적이고, 거시적이며, 근본적인 접근으로 해결되어야 할 듯하다. 양성평등은 아직도 멀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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