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 고교생 또 산재 사망..."실습생 노동력 착취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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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실습 고교생 또 산재 사망..."실습생 노동력 착취는 이제 그만"
  • 취재기자 김예지
  • 승인 2017.11.2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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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음료 공장서 벨트에 목 끼는 참변 당해...경찰 "안전 장치 없어 사고 발생 추정" 수사 착수 / 김예지 기자

 

현장실습 중 중상을 입은 고교생이 끝내 사망했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제주 근로 개선 지원센터는 적재기 설비 주위에 접근을 차단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했다(사진: Bing 무료 이미지).

제주도 산업체 현장실습을 한 고교생이 열흘 동안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 끝내 사망했다. 경찰은 안전장치가 없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제주 서귀포산과고 3학년 이민호 군은 지난 10일 오후 1시 50분쯤 제주시 구좌읍 용암 해수 산업단지 내 음료 제조공장 (주)제이크리에이션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제품 적재기 벨트에 목이 끼었다. 같이 실습을 받던 다른 학생이 이를 발견해 직원에게 알려 구조했지만 이미 의식을 잃은 뒤였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이 군은 열흘 동안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사망했다. 사고로 제2경추와 흉골이 골절됐고, 폐좌상이 왔다. 이로 인해 뇌가 손상됐고, 급성 호흡 부진이 일어났다. 직접 사인은 다발성 장기부전과 심폐 정지였다.

민중의 소리에 따르면, 경찰 조사 결과 당시 사고 현장에는 함께 실습 중이던 동료 학생 1명만 있었을 뿐, 해당 업체 직원들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동료 학생은 사고가 발생하자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고, 그제야 업체 직원들이 이 군을 기계에서 빼낸 뒤 119로 신고했다고 한다.

해당 산업체는 이 군이 사고를 당한 뒤 학교에 보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는 다른 학생의 연락을 받고서야 해당 사실을 파악하고 조치에 나섰다. 공장장 김 씨는 "사고 후 경황이 없어서 학교에 연락을 취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언론들이 보도했다.

시사 제주에 따르면,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진행되고 있는 파견형 현장실습 제도는 그동안 사회적인 문제가 돼 왔다"며 "전공과 맞지 않는 업무에 배치돼 교육의 취지를 벗어나거나 사업장 내 취약한 현장실습생의 지위 때문에 기피 업무에 배치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제주도 교육청과 학교 등에 현장실습 관련 서류 등을 요청한 상황"이라며 "업체 관계자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해당 사업장에 대해선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고, 작업 전 안전교육 등을 제대로 실행했는지에 대해 조사 중이다.

20일 월요일 저녁 7시 광화문 광장에서는 고 이민호 군을 추모하는 촛불이 모였다(사진: 페이스북 캡처).

한편, 20월 월요일 저녁 7시 광화문 광장에서는 고 이민호 군을 추모하는 촛불이 모였다. 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의 주최로 열린 추모 행사의 준비물은 국화꽃과 촛불이었다.

네티즌들 역시 사고 소식에 안타까워하고 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미래가 아닌 지금 현실을 살아가는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안전 관리 감독을 하지 않아 일어난 산재, 인재입니다", "국가가 개입해서 진상을 규명하고 해결해야 회사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적절한 보상도 있어야 합니다", "현장실습 없애야 한다. 현장실습이라는 이름으로 노동 착취당하는 현실…. 12시간 근무하고 35만 원 주더라…. 장난하나" 등의 댓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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