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노동자와 가난의 인도 사회상을 메아리 있게 그리다...영화 '스탠리의 도시락'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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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노동자와 가난의 인도 사회상을 메아리 있게 그리다...영화 '스탠리의 도시락'을 보고
  • 부산시 진구 황혜리
  • 승인 2017.11.19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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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 진구 황혜리

인도 영화를 '발리우드'라고 한다. 발리우드란 인도 ‘뭄바이’의 옛 이름 ‘봄베이(Bombay)’와 ‘할리우드(Hollywood)’의 합성어로 인도 영화 산업을 말한다. 한국 영화나 할리우드 영화만 알고 있던 나에게 인도의 발리우드는 색다르게 다가왔다. <세 얼간이>를 관람하고 느꼈던 새로운 인도 영화의 매력을 <스탠리의 도시락>을 통해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아몰 굽테 감독(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스탠리의 도시락>의 주인공인 스탠리는 외모, 공부, 노래, 만들기, 말솜씨 등 못하는 것이 없는 만능소년이다. 언제나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재밌는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면서 행복한 학교 생활을 한다. 하지만 어떤 사연 때문인지 늘 도시락을 싸오지 못한다. 기특하게도, 같은 반 친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이 싸온 도시락을 스탠리와 함께 나눠 먹는다. 이 모습을 본 ‘식신 대마왕’ 베르마 선생님은 스탠리와 아이들을 야단친다. 자신이 뺏어 먹을 아이들의 도시락을 스탠리가 먹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짓궂은 동급생도 아닌 다 큰 어른이 아이들의 도시락을 호시탐탐 노리다니, 다소 황당하다.

어느 날, 베르마 선생님은 아이들이 보충 수업을 위해 싸온 수많은 도시락 중 유독 눈에 들어오는 ‘4단 스테인리스 도시락’을 발견한다. 푸짐한 메뉴들로 채워졌을 거란 기대를 갖고 베르마 선생님은 점심 시간 종이 치자마자 부리나케 교실로 달려간다. 하지만 교실은 텅 비어있고 아이들은 도시락과 함께 사라지고 없다. 스탠리가 도시락을 먹을 수 없게 방해하는 선생님이 얄미워서 모두 숨어 버린 것이다. 반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거짓말을 하며 계단 밑으로, 운동장으로, 원형 극장으로 장소를 옮겨가며 점심을 먹는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베르마 선생님은 스탠리에게 “도시락을 싸오지 않을 것이라면 학교에 나오지 말라”며 화를 낸다. 그 날 이후, 스탠리는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그후 스탠리는 어떻게 됐을까? 영화 줄거리는 여기에서 줄인다.

단순한 도시락 이야기라 생각했던 이 영화는 후반부에서 보다 더 묵직한 사회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노래도 잘하고, 말솜씨도 좋고, 친구들 사이에서 늘 인기가 많은 스탠리는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 감당하기 힘든 고된 현실과 마주한다. 이 현실은 스탠리의 얼굴에 멍 자국을 남겼고, 스탠리가 도시락을 싸오지 못하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스탠리의 도시락>은 정말 저예산 영화였다. 잔잔하게 시간이 흘러가듯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이야기가 화면이 가득 채워졌다. 이 영화는 한 소년의 일상 생활을 다큐멘터리로 보여주는 것 같다. 가난 때문에 도시락을 사오지 못하는 소년에게는 그를 챙겨주는 친구들이 있고, 그의 미래를 빛나게 해줄 꿈이 있다. 영화는 희망을 주는 메시지를 화면 가득 담고 있다. 거기에 발리우드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인도풍의 노래들까지 더해졌다. 영화 속에서 토속적인 멜로디와 반복되는 가사들에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여담이지만, 이 영화를 관람한 후 알게 된 한 가지 특이했던 점은 '아몰 굽테'라는 감독이 베르마 선생님 역할을 맡았고, 그의 아들이 바로 스탠리 역을 맡았다는 것이었다. 재미있는 영화의 뒷얘기였다.

인도에는 아직도 미성년 노동자와 가난으로 인해 점심을 굶는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이런 인도 사회상을 반영하고 싶은 감독의 의도가 너무 자극적이지 않게 조용히 가슴 속으로 스며들었다. 영화를 가만히 보면, 우리 부모 세대인 우리나라 60, 70년대의 모습이 보인다. 생각해보면, 세계의 부는 심각한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한쪽은 배불러 비만지수가 높아지고, 반대쪽은 배고파 죽어 가는 실정이니 말이다. 이것은 사라지지 않은 고질병임이 틀림없다. 영화는 이런 불평등한 현실 세계를 조용히, 그러나 메아리 있게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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