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으로 전락한 부산 서동고갯길, 확장공사 하나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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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으로 전락한 부산 서동고갯길, 확장공사 하나마나
  • 취재기자 김지현
  • 승인 2017.11.1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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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주차에 노선버스 진땀 운행, 곳곳 사고 위험...근본 원인인 '주자장 부족' 해결 시급 / 김지현 기자

부산 동래구 온천장역에서 해운대구 반송동으로 이어지는 서동로의 고질적인 교통 체증과 사고 위험이 일부 구간의 확장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불법 주차가 여전해 운전자들이 좁은 구간을 빠져나가느라 진땀을 흘리는가 하면, 보행자들은 차를 피해 다니느라 애를 먹고 있다.

2015년 부산시 서동로 확장공사 위치도. 현재 6차 확장공사가 진행 중이며 동그라미로 표시한 곳이 서동로 고갯길이다(사진: 부산시 금정구청 홈페이지 캡처).

서동로는 부산 금정구 부곡동 신동아 아파트 앞에서 금사 사거리에 이르는 너비 12m의 2차선 도로다. 지난 2009년 금정구가 서‧금사지역에 뉴타운 사업을 벌이면서 확장 공사를 진행한 구간이다. 서동고개 부근 도로는 12m에서 18~20m로, 서동고개 삼거리 일원은 왕복 2차선에서 왕복 3차선으로 확장됐다.

하지만 도로가 조금 넓혀진 이후에도 불법 주차가 사라지지 않아 주민들이 사고에 위험에 노출돼 있다. 특히 버스 기사들은 갓길에 주차된 차량 때문에 좁은 구간에서 곡예 운행을 하느라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주민들은 주차 공간이 부족해 도로에 주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여 대책 마련도 요원한 실정이다.

도로가 확장되기 전 부산시 금정구 서동로의 모습(사진: 부산시 금정구청 홈페이지 캡처).

지난 주말 오후 서동로 일대는 양쪽에는 불법 주차된 차량들이 끝도 없이 줄지어 있었다. 서동고개 삼거리에는 왕복 2차선에서 3차선으로 확장됐지만, 불법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1개 차선은 무용지물이었다.

이 구간의 불법 주차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금정구는 작년 12월부터 서동로 66번길 3-17부터 서동로 72번길 28까지 주·정차위반 단속에 나섰다. 토‧일‧공휴일을 포함해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동식 차량 1대를 동원했다. 하지만 단속을 시작한 지 거의 1년이 지났지만 불법 주차는 줄어들지 않아 시민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서동로로 출퇴근하는 김진성(58, 부산시 금정구 서동) 씨는 “불법 주차 차량들 때문에 안 그래도 좁은 도로가 더 좁아졌다. 주차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도로를 확장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라며 “밤에 운전하다 보면 차들이 갓길에 두 줄로도 주차돼 있어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불법 주차 차량 때문에 좁아진 도로로 인해서 서동로에서 버스가 아슬아슬하게 도로를 지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지현).

버스 기사들도 서동로를 지날 때 불법 주차 차량 때문에 어디서 보행자가 튀어나올지 몰라 식은땀을 흘리기 일쑤다. 서동로를 지나는 버스 노선은 29번, 148번, 155번, 179번, 183번, 189번으로 6개다. 버스들은 갓길에 주차된 차 때문에 아슬아슬하게 서동로를 지나가고 있었다. 도로가 좁아 중앙선을 침범하는 일도 잦았다.

11년째 155번 버스를 운행 중인 김모 씨는 “불법 주차된 차량 때문에 골목에서 나오는 사람을 발견하기 어려워 사고가 날 뻔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인도가 설치돼 있는 곳도 있지만 주민들이 인도로 다니지 않아 운전할 때 늘 불안하다. 차라리 차들이 한쪽으로만 주차돼 있으면 그나마 괜찮을 텐데 양쪽으로 주차돼 있어 버스를 운행하기 더 힘들다”고 말했다.

인도가 없는 서동로 갓길에도 차가 주차돼 있어 보행자들이 걸어 다니기 위험하다(사진: 취재기자 김지현).

아직 확장 공사가 진행되지 않아 인도가 없는 곳은 불법 주차 차량 때문에 보행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도로로 걸어가고 있었다. 인도가 설치돼 있는 구간은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인도 반대편에서 내린 보행자들은 인도를 사용하지 않고 갓길로 걸어가는 등 아슬아슬한 광경을 연출했다.

한재훈(22, 부산시 금정구 서동) 씨는 “서동고갯길을 걸어갈 때 인도가 어느 순간 사라지는 구간이 있다. 인도가 있는 구간도 한쪽에만 있어서 불편하다”며 “갓길로 걸을 때는 주차된 차들 때문에 도로로 걷게 되는데 뒤에서 오는 차를 보지 못해서 사고가 날 뻔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서동 고갯길 도로 한쪽에 불법주차돼 있는 차량들(사진: 취재기자 김지현).
골목길에도 주차 공간이 없어 불법 주·정차 중점 단속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차들이 주차돼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지현).

서동로의 불법 주차는 상주 인구에 비해 주차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탓도 있다. 서동의 상주 인구는 약 3만 4000명인데 주차 공간은 11개 공영주차장에 고작 511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을 뿐이다.

서동 주민 이모 씨는 “주차 공간이 없다보니 갓길에 주차할 수밖에 없다. 골목에도 주차된 차들로 가득 차있고, 집도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주차할 곳이 어디있냐”며 “단속만 하려고 하지 말고 주차장을 더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정구청은 서동로 부근에 부곡동 희망3차로 공영주차장을 짓고 있다. 또한, 현재 서동로 6차 확장 공사 중이며 도로 확장을 하면서 인도 개설 공사도 완료할 계획이다. 금정구청 관계자는 “서동은 다른 곳에 비해 공영주차장이 많은 편인데도 주택가 밀집 지역이라서 수요를 충족하지 못한다”며 “도로 확장 공사를 하는데 한 블록 당 40억 원이 든다. 예산은 반 정도 확보했고, 보상 절차를 밟아 한 블록씩 공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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