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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내 휴대폰 사용 금지 논란 재연되나...인권위 "학생들 통신 자유 보장하라" 권고

기사승인 2017.11.18  06: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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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학부모 "휴대폰 사용은 학습권 침해" vs 인권위 "수업 시간에만 제한 바람직" / 신예진 기자

'휴대폰 교내 사용'을 놓고 학생들과 학교의 입장이 첨예하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학교에서 학생들의 휴대폰 사용 금지는 통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관련 규정을 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나오자, 해묵은 학교내 휴대폰 금지 논란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인권위는 17일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 재학 중인 A(14) 양이 학교 측의 휴대폰 수거가 부당하다며 제기한 진정을 받아들여 해당 학교장에게는 학교생활인권규정 개정을, 경기도교육감에게는 도내 학교들의 휴대전화 사용 전면 제한 규정을 점검, 개정하도록 권고했다. 인권위는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수거하는 규정이 헌법상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학교가 수업 시간에만 휴대폰을 제한하는 등 제한 정도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인권위는 주문했다.

하지만 상당수 학교들은 여전히 수업 방해 등을 이유로 휴대폰 사용 금지를 고수할 태세여서 인권위의 권고가 얼마나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학생들에게 휴대폰 사용은 이미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아 떼려야 떼어놓을 수 없는 실정이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10명 중 9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특히 20대의 사용률은 100%다. 이들의 하루 사용 시간은 평균 3시간이 넘는다. 이 때문에 학교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을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려는 학생들과 이를 저지하는 교사들 사이에 신경전도 끊이지 않고 있다.

중학생 이모(16, 경남 창원시) 군은 지난 9월 담임교사로부터 휴대폰를 압수당했다. 쉬는 시간 휴대폰으로 노래를 듣다가 담임교사에게 들키고 말았다. 이 군의 학교는 일과 중 교내 휴대폰 사용을 금지한다. 모든 학생들은 아침 조례 시간에 담임교사가 준비한 ‘휴대폰 보관 가방’에 휴대폰을 제출해야 한다. 담임교사는 학생들의 휴대폰이 담긴 가방을 교무실에 보관했다가 종례 때 다시 돌려준다.

이 군은 올해 초에도 휴대폰을 제출하지 않아 일주일 간 압수당한 바 있다. 이 군은 “압수 횟수가 늘수록 일주일 씩 압수 기간이 늘어난다”며 “휴대폰을 몰래 내지 않는 학생들이 한 반에 6명쯤 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교내 휴대폰 사용 적발이 두 번 째인 이 군은 2주간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이 군은 이어 “수업 시간에 사용한 것도 아닌데 억울하다”고 말했다.

휴대폰을 수거하는 규정은 이들의 학교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경기도교육청이 실시한 ‘2016년 학생 인권 실태 조사’에 따르면, 중학생 응답자 88.3%, 고등학교 응답자 53.7%가 휴대전화를 일괄 수거한다고 답했다. 해당 조사는 도내 초·중·고 총 700개교의 학생 1만 5702명을 상대로 이뤄졌다.

인권위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학교들은 휴대폰 사용 금지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인권위의 권고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데다, 학부모 측도 ‘학습권 침해'를 내세워 학교 측을 두둔하기 때문. 인권위 조사 당시에도, A 양의 학교는 “일과 중에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게 하면 수업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학부모 박모(47, 경남 창원시) 씨는 학교가 학생들의 휴대폰을 수거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들이 휴대폰을 가지면 카톡이나 페이스북을 확인하고 싶어 수업 집중력이 저하된다는 것. 박 씨는 “학교가 학생들의 요구를 일일이 들어주면 안 된다”며 “집에서도 아이가 공부할 때 휴대폰을 거실에 두게 한다”고 설명했다.

경남의 고등학교 교사인 이모(33) 씨도 “휴대폰을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하는 지금도 학생들은 휴대폰을 숨기고 몰래 사용한다”며 “학생들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은 맞지만 어느 정도 현실을 고려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인권위의 이번 발표로 학생들의 불만이 더 터져나올 것 같다”고 답답함을 내비쳤다.

인권위 관계자는 중앙일보를 통해 "'학교에서 휴대전화를 쓰게 해달라'는 학생들의 진정이 매년 들어오고 있다"며 “교육기관은 휴대전화의 부정적 측면만 보고 전면 금지하기보다 교육 공동체 안에서 토론을 거쳐 규칙을 정하는 등 스스로 해결하는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인권위의 조언처럼 휴대폰 금지와 같은 민감한 문제를 학생들 스스로 결정하게 한 학교가 있다. 부산 '다행복학교'인 만덕고등학교는 토론과 투표를 통해 학생들의 최우선 현안을 결정한다. 다행복학교는 구성원의 참여와 소통을 중요시하는 학교로 일명 혁신학교라고 하며 대부분의 수업이 토의와 토론으로 진행된다.

부산 만덕고등학교는 지난 10일 '제2회 함박골 대토론회'를 열어 학생들의 민감한 사항을 토론을 통해 결정했다(사진: 만덕고등학교 홈페이지).

만덕고는 지난 10일 학교 대강당에서 학생들의 등교 시간과 휴대폰 자율 관리 문제 등을 놓고 대토론을 벌였다. 토론 참가자들은 학생 10명과 교사 1명, 학부모 1명 등 12명씩 46개 모둠을 이뤘다. 각 모둠은 교실에서 이들 주제와 관련한 영상을 시청하고 토론을 거쳐 모둠별 의견을 정했다. 이어, 모든 참가자가 강당에서 모둠별 토론 결과를 발표하고 생각을 공유했다. 최종 결정은 전체 투표를 통해 정해졌다.

이날 학생들은 등교시간은 8시 30분, 휴대폰은 학생들이 자율 관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휴대폰 교내 사용’을 두고 학생과 학교가 설전하는 일반 학교와는 다르다. 학교 측은 이날 결정된 내용을 2018학년도 새 학기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만덕고 김순덕 교감은 노컷뉴스를 통해 “당면한 문제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기 위해서 시작된 토론회였다”며 “생각보다 학생들이 진지하게 임했고, 주제에 대한 준비, 토론, 결과 모두 숙의 민주주의를 배우는데 의미 있게 진행돼 학교 구성원 모두가 배우는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취재기자 신예진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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