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떡 연차 소진...정부의 연차 사용 독려에도 현장은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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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떡 연차 소진...정부의 연차 사용 독려에도 현장은 제자리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7.11.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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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관광연구원, 우리나라 근로자 연평균 연차 휴가 절반만 사용 / 신예진 기자
문재인 정부가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고 외치지만 여전히 직장인들은 연차 휴가 사용에 소극적이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문재인 정부가 각별히 근로자의 쉴 권리를 강조해왔지만 일반 직장인들은 여전히 쌓인 연차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 연차 휴가 사용을 의무화해 노동시간을 줄이고 일자리를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취임 13일 후 직접 연차를 사용해 휴가를 떠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일반 직장인들에게 연차 소진은 그림의 떡이다.

3년차 직장인 김모(27) 씨는 올해도 연차를 다 사용하지 못할 것 같다. 김 씨는 “부장과 과장이 연차를 사용하지 않으니 부하 직원들은 꿈도 못 꾼다”며 “팀장급 간부들은 연차를 절반 정도밖에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털어놨다. 김 씨는 “연차 휴가는 법적으로 보장하는 노동의 당연한 권리”라고 말했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직장인 박모(25) 씨는 10개월 차 신입이라 상황은 더 열악하다. 이번 징검다리 연휴에도 책상을 지켰다. 박 씨는 “‘취준생 때 열심히 놀 걸’하고 매일 후회한다”며 “앞으로 1년간 여행은 꿈도 못 꿀 것 같다”고 속상해했다. 박 씨는 “회사 전반적으로 ‘신입이 감히’라는 분위기가 잡혀있다”며 “일반 기업도 공무원처럼 눈치보지 않고 연차를 사용하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7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내놓은 ‘근로자 휴가실태 조사 시행 방안 연구 결과’를 보면, 김 씨처럼 연차를 사용하지 못하는 직장인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연평균 15.1일의 연차 휴가를 받지만 7.9일밖에 쓰지 못했다. 설문 응답자 3명 중 1명은 1년에 5일도 휴가를 못 가며, 10명 중 1명은 하루도 휴가를 쓰지 못했다.

이들이 연차 휴가를 전부 소진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역시 ‘직장 내 분위기’(44.8%)를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과다한 업무와 대체 인력 부족’(43.1%)이 그 뒤를 이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1년간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 휴가를, 1년 80% 미만 근무한 사람에게는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 휴가를 각각 쓸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1년 미만의 신입은 2년차에 받을 수 있는 연차 휴가 15일에서 빼서 쓰는 셈이다. 그러나 내년 하반기부터는 사회 초년생의 휴식권 보장을 위해 1년차에 최대 11일, 2년차에 15일을 각각 사용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 통과했기 때문.

하지만 일각에서는 직장인들의 휴식을 보장하는 것은 연차 휴가 일수를 늘리는 것보다 정부가 직장 내 연차 사용을 강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연차 휴가일을 늘려봤자 그림의 떡”이라며 “누가 강제로 멱살 잡고 남은 연차를 다 쓰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직장인들의 토로에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공약에도 관련 내용이 있어 기업들의 연차 사용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문체부 정책 담당자는 노컷뉴스를 통해 “적극적인 휴가 사용은 개인에게 재충전의 기회를 줄 뿐만 아니라 어려운 내수 경기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직장인들이 휴가를 모두 사용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연차 사용 문제에 답답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담당자는 “직원들에게 연차를 쓰라고 했지만 사실 사용한 직원이 많지 않았다”며 “친한 팀장에게 팀원들을 위해 연차를 쓰라고 독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차를 쓸 때 상사 눈치 보는 문화가 아직 팽배해 안타깝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직원들에게 연차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직원들이 알아서 휴가를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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