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정장 빌려 메이크업 받고 이력서 사진까지 '모두 무료...모의 면접 인기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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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정장 빌려 메이크업 받고 이력서 사진까지 '모두 무료...모의 면접 인기 폭발
  • 취재기자 김예지
  • 승인 2017.11.1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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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청년 취업 정장 대여 서비스 내년부터 실시, 서울은 '취업 날개' 시행 중 / 김예지 기자
'多잡는 정장 DAY' 행사를 알리는 트럭에 남녀 정장 몇 벌이 걸려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예지).

졸업을 앞둔 김모(25, 부산시 남구) 씨는 공부하면서 아르바이트에다 자격증까지 준비하느라 바쁘다. 그런 그에게 새로운 두통거리가 하나 생겼다. 면접 복장을 준비하러 갔다가 매장 가격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긴 팔 블라우스가 무려 16만 9000원이었다. 정장 치마는 14만 9000원, 면접용 검은색 구두 한 켤레는 30만 원에 육박했다. 그는 "두 달 아르바이트 수입을 모두 모아도 면접 복장을 갖추기 어렵다"며 "이번 겨울에 취직한다는 보장도 없는데 계절마다 정장을 새로 사야 하는 거냐"며 낙담했다.

잡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취준생이 면접을 보는데 지출하는 비용은 1인당 14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면접 복장 구매 및 대여비 지출액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취준생 10명 중 7명은 면접 준비 비용이 부담스럽다고 응답했다.

취업 준비생들의 이런 부담을 안 것일까.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와 부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이 주관하고, 부산광역시가 후원하는 '多(다)JOB(잡)는 정장 DAY'가 14일 오후 2시 경성대학교 건학기념관 4층 413호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해 정장을 빌려주고, 메이크업을 해준 뒤 취업용 증명사진을 찍어주는 행사로 모두 무료로 진행됐다. 신청자에 한해 취업 전문가와의 모의 면접 기회도 제공됐다. 

학생들이 많이 찾는 치수는 옷걸이에 미리 걸려있다. 자신의 치수를 이야기하면 안내해주는 담당자가 해당 치수의 다른 스타일의 블라우스와 재킷을 가져다준다. 착용해보고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옷을 선택해 입으면 된다(사진: 취재기자 김예지).

행사장에는 학생들이 많이 찾는 치수의 정장들이 옷걸이에 걸려있었다. 자신의 치수를 이야기하면 대기하던 담당자가 해당 치수의 옷가지들을 가져다 준다. 남학생에게는 셔츠와 정장 바지, 재킷, 넥타이를, 여학생에게는 블라우스와 정장 치마, 재킷을 대여해준다. 기자가 블라우스 색상과 치수를 말하자, 라운드 넥과 카라가 있는 두 가지 스타일의 블라우스를 갖다준다. 학생들은 여러 종류의 정장을 착용해본 뒤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고르면 된다.

한 학생이 이력서 사진과 면접에 어울리는 메이크업을 받고 있다.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많은 학생들을 담당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손이 분주하게 움직였다(사진: 취재기자 김예지).

정장 대여 이후에는 메이크업을 받는다. 남학생의 경우, 기본적인 피부 화장과 눈썹, 머리 손질을 받는다. 여학생은 대부분 피부와 눈썹, 입술 화장을 하고 오기 때문에 수정 화장과 사진에서 중요한 눈썹과 컨투어링(얼굴을 입체적으로 보이게 만들기 위해 셰딩과 하이라이터를 이용한 화장)에 공을 들인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사진을 찍을 때는 눈썹과 셰딩이 중요하다"며 "조금 진하게 들어가야 사진 찍었을 때 이목구비가 또렷하게 나온다"고 말했다.

사진사와 학생이 촬영 사진을 보며 포토샵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예지).

모든 준비가 끝나면 이력서 사진을 찍는다. 너무 밝게 웃어버리면 눈이 작게 나오고, 웃지 않으면 인상이 딱딱해진다. "턱 당기고, 고개는 약간 왼쪽으로, 웃으세요, 찍습니다" 순식간에 7번의 플래시가 터졌다. 촬영한 사진은 그 자리에서 바로 확인 후 포토샵으로 수정한다. 학생들은 너도나도 사진사에게 "여기는 조금 깎아주시고요, 여기는 조금 키워주세요"라고 요구했다. 기자 역시 "최대한 제가 아닌 것처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사진은 바로 인화되어 5장의 이력서용 사진이 생겼다.

마지막은 '모의 면접'이었다. 부산상공회의소 김현옥 취업 전문관에게 3명의 학생이 면접을 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현옥 면접관의 날카로운 질문에 학생들은 떨리는 마음을 진정하며 평소 생각했던 내용들을 대답했다. 김 면접관의 질문은 지원 업무 및 회사, 자기 소개, 지원하는 회사가 어떤 일을 하고, 회사의 경영 철학을 아는지, 나의 장점은, 좌우명은, 우리 회사가 왜 지원자를 뽑아야 하는지 등 다양했다. 특히 면접관의 예리한 질문에 지원자들이 당황하기 일쑤였다.

김 면접관은 기자에게도 최근 이슈와 관련한 질문을 했다. 왜 그 신문사를 지원하는지, 그 신문사에 가장 좋아하는 기자가 누구이며 왜 그 기자를 좋아하는지, 업무 상 난처한 일이 생길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가장 최근에 읽은 사설이 무엇인지 등 콧등에 땀이 맺힐 법한 질문을 던졌다.

질문을 던지고, 지원자의 대답이 끝나면 김 면접관은 어떤 점이 좋았고, 어떤 식으로 답을 더하면 좋을지 즉각적인 피드백을 줬다. 면접에 참여한 이령희(23) 씨는 "다른 모의 면접에도 참여했지만, 이렇게 친절한 면접은 처음이었다"며 "이력서 사진 찍으려면 정장에, 화장에 사진 찍는 비용까지 돈이 많이 드는데, 화장도 해주고 옷도 빌려주고 좋은 기회였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多(다)JOB(잡)는 정장 DAY' 행사는 부산시가 취준생 청년을 지원하는 시범 사업으로, 경성대를 비롯해 부산 지역의 다른 대학교에서도 진행된다. 경성대 관계자는 "이번 행사가 잘 마무리되면 학내 행사로 확대 발전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부산시는 28일 일자리 정책 조정회의를 열고 청년 취업 정장 대여 서비스와 공공 데이터 오픈 스퀘어 지원 등 내년도 일자리 지원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취업 날개'라는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주소지가 서울인 고교 졸업 예정자부터 만 34세 사이의 청년들에게 무료로 정장을 빌려주고 메이크업과 이력서 사진 역시 무료로 제공한다.

무료는 아니지만, 저렴한 가격에 정장을 대여할 수 있는 곳도 있다. 2011년 시작된 사단법인 업체 '열린 옷장'이란 곳이 있다. 이 업체는 잘 입지 않는 정장을 사회 선배들이 기증하면, 면접용 정장이 필요한 청년 구직자들이 대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방문 시간을 예약한 후, 열린 옷장을 방문해 신체 치수 측정하면, 원하는 옷을 3박 4일간 빌릴 수 있다. 비용은 재킷, 팬츠, 스커트는 1만 원, 블라우스, 셔츠, 구두는 5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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