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만 붙이면 여중생 임신시켜도 괜찮나? 40대 '무죄 확정'에 네티즌 공분
상태바
'사랑'만 붙이면 여중생 임신시켜도 괜찮나? 40대 '무죄 확정'에 네티즌 공분
  • 취재기자 김예지
  • 승인 2017.11.09 16:2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원, 상고심서 "피해자 '성폭행' 진술 믿기 어렵다"...전문가들 "그루밍 수법도 처벌 근거 만들어야" / 김예지 기자
27세 어린 여중생을 성폭행하고 임신시킨 40대 기획사 대표가 무죄 확정되자 네티즌들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사진: Bing 무료 제공)

자신보다 27세 어린 여중생을 성폭행하고 임신시킨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연예기획사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는 9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기소된 조모(49) 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연예기획사를 운영한 조 씨는 2011년 자신의 아들이 입원한 병원에서 당시 아들보다 두 살 어린 15세 A 양을 처음 만났다. 조 씨는 A 양에게 '연예인을 시켜주겠다'고 접근해 수차례 성관계를 맺었다. 피해 여중생은 아이를 낳은 뒤인 2012년 조 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조 씨는 피해자와 “사랑하는 사이였다”고 주장했다. 

1·2심은 조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유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중학생인 피해자가 부모 또래이자 우연히 알게 된 남성을 며칠 만에 이성으로 좋아하게 돼 성관계했다는 것은 일반인의 상식에 비춰 볼 때 수긍하기 어렵다”며 피해자가 1년 이상 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가족에게 알려질 경우 극도로 수치스러울 뿐 아니라, 난폭한 성격의 피고인 앞에서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됐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1심은 징역 12년, 2심은 징역 9년을 각각 선고했다. 성관계에 이른 과정에 대한 A 양의 진술이 비교적 일관되고 구체적이어서 신빙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유일한 직접 증거인 A 양의 진술을 선뜻 믿기 어렵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다시 열린 2심에서는 "여러 사정에 비춰볼 때 피해자의 진술을 선뜻 믿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여중생이 조 씨에게 보낸 이메일과 메시지에 “사랑한다”, “보고 싶다”, “함께 살고 싶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 조 씨가 구속된 이후 여중생은 “임신한 조 씨의 아이를 낳아 잘 키우고 싶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고, 서신을 보낸 횟수나 내용, 색깔 펜을 사용해 하트 표시를 하고 스티커로 꾸민 점 등에 비춰 여중생이 마음에 없는 허위의 감정 표현을 했다는 주장은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시아경제에 따르면, 시민단체 등 전문가들은 ‘사랑’을 주장한 조 씨의 주장은 일종의 ‘범죄수법’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여기서 범죄 수법은 ‘그루밍’(길들이기: grooming) 수법을 말한다. 그루밍 수법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진로 고민 상담 등 공통의 관심사를 나누며 경계심을 무너뜨린 후 신뢰를 얻어 상대가 스스로 성관계를 허락하도록 만들고, 성폭행 피해가 발생한 뒤 피해자를 회유하거나 협박하는 등 피해 폭로를 막는 행위도 포함된다.

JTBC에 따르면, 그루밍 피해자는 중학생에 해당하는 14~16세가 약 44%로 가장 많았지만, 그루밍 피해자의 경우 표면적으로는 성관계에 동의한 것처럼 보여 수사나 처벌이 어렵다. 또한, 현행법은 만 13세 미만 아동과 성관계를 맺으면 무조건 성폭행으로 간주하지만 13세 이상부터는 위력에 의하거나 속아서 한 성관계임이 입증돼야 성폭행으로 본다. 천정아 변호사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청소년은 실제로 성매매가 어떻게 이뤄지고, 유인되는 과정에서 어떤 행동과 말이 사용되는지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네티즌 역시 무죄 확정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미성숙한 청소년을 감언이설로 유혹해 온갖 나쁜 짓을 해도 사랑이라고 하면 죄가 없어?", "40대가 미성년 성폭행 사건을 성폭행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주장한다고 무죄로 판결 내린 대법원", "대체 어떻게 이런 판결이 나올 수가 있단 말인가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사랑하면 여중생 성폭행해 임신시켜도 무죄 (feat. 대법원)" 등의 반응을 보였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요원 2017-11-10 09:14:48
연예기획사 대표가 연예인시켜주겠다고 꼬셔서(속아서) 한 성관계가 분명하지 무슨 사랑?. 성폭행으로 시작해 아이낳고 차기까지 전체를 볼게 아니라 최초 성폭행을 심판해야 한다. 그리고 성년이 된 피해자는 미성년시절의 미숙한 자신의 판단에 대해서 다시 재심 청구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