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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넷' 폐쇄했더니 이젠 '텀블러'가...'음란물 해방구' 단속 시급

기사승인 2017.11.09  06: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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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야후가 개설한 SNS...검색어 치면 음란물 줄줄이 떠오르는데도 규제 불가능 / 정인혜 기자

모든 네티즌들이 한 목소리로 폐쇄를 청원한 사이트가 있었다. 이름도 유명한 ‘소라넷’이다. 소라넷은 단순히 수위 높은 음란물 유포를 넘어 각종 성범죄 모의의 온상으로 지목되면서 범국민적인 폐쇄 청원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정부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소라넷은 지난 2016년 4월 결국 사라졌다.

그로부터 1년 7개월이 지났다. 소라넷 사이트는 재개설되지 않았지만, 소라넷의 아성을 넘보는 또 다른 사이트가 나타났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텀블러’다. 텀블러는 포털사이트 야후가 지난 2013년 인수해 출범시킨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다.

SNS라고 하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처럼 주변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서비스라고 생각할 법하지만, 텀블러는 모양새가 조금 다르다. 텀블러에는 음란물 유포 사이트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무분별한 음란물 영상에, 성매매 알선까지 횡행한다는 점에서 ‘제2의 소라넷’이라는 별명도 따라붙었다. 특히 청소년들이 이를 많이 사용한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텀블러 웹페이지 첫 화면. '시작하기'를 누르면 회원 가입 창으로 이동한다(사진: 텀블러 캡처).

인터넷 주소창에 ‘텀블러’를 검색하면 “잠깐 구경하러 왔다가 눌러앉게 될걸요”라는 문구가 사용자를 맞는다. 가입 방법은 간단하다. 메일 주소와 비밀번호, 이름과 나이만 쳐넣으면 된다. 별다른 인증 단계가 없어 실명과 실제 나이를 기입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기자가 가입하는 데 까지는 채 30초도 소요되지 않았다.

로그인 후 나타나는 첫 화면은 일반 SNS와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검색창에 검색어를 넣는 순간 신세계(?)가 펼쳐졌다. ‘알바’만 검색했을 뿐인데 여성의 나체 사진이 가장 상단에 보이고, 연관 검색어에는 차마 읽기 거북한 자극적인 단어들이 줄줄이 떠올랐다.

연관 검색어에 ‘고등어’가 있기에 이를 클릭하니, 생선 사진이 아닌 살색 향연이 펼쳐졌다. 사진 속 등장하는 상당수 여성이 교복을 입고 있다는 점으로 유추하면, 텀블러에서 고등어라는 단어는 고등학생을 의미하는 은어인 듯 보인다.

텀블러 운영진이 음란물 단속에 아예 손을 뗐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조건 만남’, ‘몰카’, ‘여친’ 등 음란물을 연상할 만한 직접적인 단어를 검색하면 아무런 게시글이 떠오르지 않았다. 해당 단어로는 관련 글 검색 자체가 되지 않도록 사이트 측에서 차단한 것이다. ‘몰래 카메라’, ‘여자 친구’를 검색해도 음란물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이를 꼼꼼히 단속하는 뒷심은 다소 부족한 듯 보인다. 해당 검색어 밑에 떠오르는 연관 검색어가 이 같은 인상을 줬다. ‘여자 친구’의 연관 검색어에는 ‘하악하악’, ‘성욕’, ‘모텔’이라는 연관 검색어가, ‘몰래 카메라’의 연관 검색어에는 ‘성욕’, ‘중딩’, ‘인신 만남’이 랭크됐다. 문란한 여성을 속되게 이르는 은어인 ‘걸레’의 초성 'ㄱㄹ'도 등장했다. 이를 클릭하면 또 곧바로 음란물이 수백 개씩 떠오른다.

어려움 없이 가입하고, 따로 비용도 발생하지 않으니 텀블러에는 청소년 이용자들이 몰리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 김모(17) 군은 “텀블러를 모르는 친구는 거의 없다”고 단언했다. 특정 음란물을 찾기 위해서는 어떤 단어를 검색해야 하는지 반 친구들끼리 공유하기도 한단다. 

김 군은 “솔직히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거의 하루도 안 빠지고 텀블러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검색만 하면 별 게 다 있다”며 “여자애들 사이에서는 모르겠지만 남자애들은 그렇다”고 멋쩍게 말했다.

음란물에 등장한 여성을 특정한 ‘신상털이’도 벌어진다. 영상 또는 사진 속 여성의 얼굴을 캡처, “이거 누구냐”고 묻는 식이다. 주로 남초 사이트 질문 답변 방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남성 A(27) 씨는 “솔직히 처음에는 무슨 사이튼지 몰랐는데 자주 이용하는 커뮤니티에서 하도 텀블러 이야기를 하기에 찾아보니 그런 사이트더라”며 “텀블러 영상에 나온 여자 사진을 올리고 ‘풀 버전’ 없냐는 질문이 하루에도 몇 개씩 올라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텀블러에서 접한 짧은 영상을 아쉬워한 남성들이 해당 여성이 등장하는 분량이 긴 영상이 있는지 수소문한다는 의미다.

텀블러에서는 연령대를 불문하고 검색만으로 수 없이 많은 음란물에 접근할 수 있지만, 아직 이에 대한 마땅한 대책은 없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텀블러가 불법 음란물 유통 창구라는 것은 통계로도 입증됐다. 지난 9월 국민의당 최명길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시정 요구를 받은 전체 온라인 사이트 내 음란 정보 3만 200건 가운데 2만 2468건이 텀블러에 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의 74%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방심위는 텀블러 측에 ‘메일’을 보내 음란물 단속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텀블러 측은 “텀블러는 미국에 있는 회사”라며 이를 묵살했다. 우리나라에 있는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국내 법률을 적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텀블러를 규제할 방법이 없다. 그렇지만 수수방관하는 정부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인 태도로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것.

최 의원은 “방심위는 메일을 보내는 수준의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외교부나 방통위 등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며 “미국에 직접 찾아가는 등 텀블러가 자율심의 협력 시스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심위는 이 같은 지적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방심위 측은 “과거의 대처에서 미숙함이 있었던 것 같다”며 “정부 관계기관의 협조를 구해 텀블러 측에 더 적극적인 항의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취재기자 정인혜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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