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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 원 투자하면 억대 부자 된다고? 다단계 세미나 직접 가보니

기사승인 2017.11.02  06: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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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단계 기획 시리즈(3)] 성공담부터 가입 권유까지 '사이비 종교' 방불…"마음 약한 사람은 휘둘리기 십상" / 정인혜 기자

[시빅뉴스 기획 시리즈] 달콤한 유혹, 다단계의 실상

최근 다단계 판매가 확산하면서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억대 외제차를 굴린다며 '성공의 지름길'이라 뽐내고, 한쪽에서는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며 법정 공방까지 불사한다. 다단계 업체에 몸담았던 실제 피해자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시빅뉴스가 다단계 피해 사례와 예방법을 3부에 걸쳐 연재한다. 

경기 침체가 사회 문제로 고착화되면서, 젊은이들은 취업난에 허덕이고 중장년층은 조기 은퇴를 강요당하고 있다. 고학력자도 예외는 아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대학원 졸업자의 희망 연봉은 2919만 원으로 조사됐다. 30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 것이다.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취업 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일각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기도 한다.

절망에 빠진 많은 사람들이 절박한 심정으로 잡는 지푸라기가 있다. ‘종교’다. 절대자에 대한 믿음을 통해 고뇌를 해결하고, 삶의 궁극적인 의미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종교는 둘도 없는 피난처이다. 행복 문제를 다루는 분야인 긍정심리학에서도 행복의 조건 중 하나로 종교를 지목한 바 있다.

다만 이는 건강한 신앙생활일 때의 이야기다. 한국임상심리학회장 채규만 교수는 건강하지 못한 신앙생활의 특징으로 ‘종교를 믿으면 만사형통이다’, ‘모든 것을 의지해야 한다’, ‘내가 사고나 병이 드는 것은 내 죄에 대한 신의 채찍이다’, ‘진정한 종교인은 분노, 우울,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 등의 교리를 강요한다는 점을 들었다. 사이비 종교의 특징과 일치한다.

다단계에서 빠져나온 많은 피해자들은 다단계를 사이비 종교에 빗대어 설명한다. 피해자 송모(30) 씨는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믿었나 싶은데, 그때는 뭔가에 홀린 것처럼 세미나를 쫓아다니면서 돈을 써댔다”며 “스폰서를 거의 신이라 받들고, 그 사람 말만 믿으면 내 인생이 다 풀릴 거라고 믿었다. 솔직히 사이비 종교나 다름 없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아울러 그는 “취업은 안 되고, 현실은 갑갑하고,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은데 나보다 더 안 좋은 상황에서 시작한 사람들이 돈 많이 벌고 있는 걸 보면 마음이 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다단계 피해자들은 경제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이 상당수다. 다단계는 이들을 겨냥해 취업과 고수익 보장이라는 미끼를 던진다.

부정적인 이야기를 숱하게 들어도 현실의 어려움에 허덕이면 사람 마음은 혹하기 마련. 다단계 업체는 어떤 식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붙잡아둘까. 기자가 직접 실상을 확인하기 위해 모 다단계 업체 설명회에 참석해 봤다.

'억대 연봉 보장'을 광고하는 다단계 업체들이 늘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지난달 찾은 모 다단계 업체의 부산 지부. 부산에서 가장 임대료가 비싼 동네로 꼽히는 곳에 위치한 이곳은 사무실 입구부터 으리으리했다. 사무실 내벽은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반짝거렸고, 한쪽 벽은 통유리로 시원하게 트여있었다. 신기한 것은 벽에 이상할 정도로 액자가 많이 걸려있었다는 것. 해당 업체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에서부터 ‘성공한’ 스폰서들의 사진까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굳은 표정에 주뼛거리는 기자가 낯설지도 않은 듯 그곳의 사람들은 개의치 않는 얼굴로 밝게 맞았다. 사실 민망할 정도로 지나치게 밝았다. ‘나와 비슷하게 생긴 누군가를 나라고 착각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어 세미나실로 들어갔다. 가장 앞쪽에 설치된 큰 스크린 뒤로 단상, 의자가 줄지어 깔린 강의실이었다. 동행한 사람은 가장 앞에 앉아야 한다고 기자의 손을 연신 잡아끌었다. 다소 민망해 싫다고 하자, 그는 “앞에 앉아야 이야기를 제일 잘 들을 수 있다”며 끝내 고집을 부렸다. 나중에 들으니, 처음에 온 사람을 가장 앞에 앞좌석에 앉히는 게 암묵적인 룰이라고 한다. 기존 회원들 간에는 자리싸움 경쟁이 치열하다고. 새로운 얼굴을 데리고 오는 회원은 가장 앞에 앉을 수 있는 ‘혜택’을 얻는 셈이다.

150명가량 수용 가능해 보이는 강의실은 절반도 채 차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헛기침과 함께 “오늘 바쁘신 분들이 많네” 하는 말이 들려왔다. 이날 이곳을 찾은 ‘뉴 페이스’는 기자를 포함해 총 2명이었다고 한다.

이어 7시부터 본격적인 세미나가 시작됐다. 사실 말이 세미나지, 다단계로 ‘성공한’ 한 남성이 마이크를 잡고 50여 분간 본인 이야기를 하는 데 그쳤다. 질의응답 시간도 없었다. 회원들은 일주일에 한 번 가만히 앉아서 누군가의 성공 스토리를 듣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사업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는 짤막하게 등장했다. 다만 논리적인 허점이 많아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마이크를 잡은 그 남자가 하는 이야기의 핵심은 ‘초기 자본금 200만 원을 넣고 우리 제품을 사라. 열심히 하면 모두 성공할 수 있다’였다. 그가 이 같은 성공을 보장하는 이유는 한국이 해당 브랜드를 ‘선점’했다는 데 있다. 다른 해외 시장으로 진출할 것이 확실시되는 해당 브랜드가 한국에 가장 첫 번째로 상륙했다는 것. 한국에서 미리 등록만 해놓으면 다른 나라에서 등록할 사람들이 모두 자기 하위 판매자로 들어온다는 논리다. 어떤 방식을 거쳐서 자신 밑에 등록하는 게 가능한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중국 시장을 강조한 데 반해 사드 배치 갈등으로 인한 위태로운 한중 관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밖에도 이해하기 힘든 논리가 이어졌지만, 질의응답 시간이 따로 없어 질문하지 못했다.

(사진: 구글 무료이미지).

그의 차례가 끝난 후에는 동행한 지인의 스폰서와 기자와의 일대일 미팅이 이어졌다. 과거 주점을 운영했다는 그는 본인의 성공담을 들려주며 그곳에는 연간 1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노후 대책으로 이만한 일이 없다는 찬양도 곁들였다. 근거는 없다. 앞서 다단계 피해자들을 취재하면서 들었던 이야기와 똑같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후원 수당을 지급 받은 판매원들의 99%는 연봉 47만 원이라는 수입을 올렸다. 상위 1%는 평균 5705만 원을 가져갔다. 이를 언급하자, 그는 살짝 당황한 듯 보였지만 이내 평정심을 찾고 가입만 하고 활동을 하지 않은 회원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경우를 제외해도 평균 1%의 연봉이 광고에 비해 지나치게 적다고 받아치자, 돌연 정색한 그는 기자에게 훈수를 뒀다. 그는 “인터넷에서 무슨 이야기를 봤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사람이 부정적이면 성공할 수 없다”며 “성공하고 싶은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 이야기만 들으면 된다”고 채근했다. 개인의 가치 판단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이 성공의 기준인데, 기자 본인의 성공 기준을 그가 뭐라고 판단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돌아올 반격이 무서워 입을 닫았다.

말을 이어가고 싶지 않아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는 이를 수긍의 의미로 받아들였는지 본격적인 사업 이야기를 꺼냈다. 200만 원을 투자하라는 것이었다. 200만 원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은 많지 않다고 강조하면서 네트워크 마케팅은 ‘사람 부자’가 될 수 있는 일이라고 기자를 끊임없이 설득했다. 함께 간 지인의 인간관계가 썩 좋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을 아는 터라 이도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당장 이번 달 카드 값이 막막하다고 에둘러 거절했더니, 할부를 권유했다. 이어 직접적인 거절에도 수십여 분간의 권유가 이어졌다. 끝이 날 것 같지 않던 실랑이는 다음 주에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서야 끝났다. 끈질긴 요구에 카드를 내미는 사람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장 잔고에 돈이 정말로 없는 게 천만다행이었다.

(사진: 구글 무료이미지).

다단계 업체에서 4년간 활동했다는 자영업자 오모(32) 씨는 시간을 돌리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당시 다단계에 들인 돈, 시간, 인간관계를 회복하고 싶다는 게 그 이유. 그는 “내가 멍청했던 게 가장 큰 잘못이지만, 사람이 절박하면 지푸라기라도 잡게 되지 않나. 딱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며 “마음 약하고 멘탈 약한 사람들은 빠질 수밖에 없는 게 다단계 시스템이다. 다단계 시작하기 전에 다단계에 좋은 마음 가지고 있었던 사람은 단 한 명도 못 봤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정부 차원의 대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오 씨는 “합법적으로 등록한 회사라고 해서 정부에서는 나 몰라라 손 놓고 있는 것 같은데,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불법적인 일뿐”이라며 “절박한 사람들을 상대로 장난하는 나쁜 인간들이 더 늘어나기 전에 정부가 손을 써서 다단계 자체를 막아야 한다”고 열을 올렸다. 오 씨의 언급처럼 합법적인 다단계에 관해서는 법적으로 처벌할 구실이 딱히 없다. 아직까지는 개인이 각자 조심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인 셈이다.

다단계 피해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단계 업체 물건을 고액에 산 경우, 방문판매법에 의거해 단순 변심이라 해도 물건을 환불받을 수 있다. 단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는 제외될 수 있다. ‘제품 개봉식’이라는 명목으로 포장을 훼손해 환불을 불가능하게 하는 수법이 다단계 판매자들 사이에서 횡행한다고 알려진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거부 의사를 전달했는데도 계속 가입을 권유하거나, 어떤 경로로 가입을 결심했다면 확인해야 할 것들이 있다. 매년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시하는 객관적인 지표를 토대로 해당 다단계 업체의 연매출액, 후원 수당 등에 대해서 확인해야 한다. 다단계 판매업 등록증을 정상적으로 가진 회사인지도 살펴야 한다.

가입을 권유한 스폰서가 다단계 회원 약관, 다단계 회원 수첩, 방문판매법에 대해 제대로 숙지하고 있는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 중 하나다. 포인트 적립 등을 유도하며 소비자의 의사와 반하게 날치기로 가입시키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주민등록번호나 통장 사본을 요구한다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다단계 업체의 연매출액, 후원수당 등에 관한 정보는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 정보공개란 ‘다단계판매사업자’ 페이지(http://www.ftc.go.kr/info/bizinfo/mlmList.jsp)에서 확인할 수 있다.

취재기자 정인혜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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