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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질 위해 자른 내 머리카락, 소아암 환우 웃음준다

기사승인 2013.11.14  11:2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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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하나의 재능기부...모발 기증 운동 조용히 확산

최근 한 인터넷 사이트에 소아암 어린이들을 위해 모발기증을 했다는 30대 여성의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 은 이 여성이 가슴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를 한 모습과 어깨에도 닿지 않는 짧은 단발을 한 모습 두 가지였다. 사진 설명에 따르면 이 여성은 소아암 어린이들을 위해 오랫동안 길렀던 머리카락을 잘랐다고 한다. 그 머리카락이 가발로 만들어져 암투병으로 머리카락을 잃은 어린이들에게 웃음을 찾아줬다는 것이다. 사진 기사 밑에는 “자식들을 위해 머리카락을 자르던 옛날 우리 어머니들이 생각난다,” “요 근래에 본 여자들 중 가장 예쁘다”, "가슴이 따뜻해진다" 등의 댓글이 붙어있었다.

소아암 어린이들을 위한 모발기증은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이 빠지는 어린이들에게 가발을 선물해 주는 기부다. 돈 한푼 들지 않고 누구나 마음만 먹는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자선행위로 최근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재능기부의 바람을 타고 많은 동조자들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그 중 한명, 홍익대 ‘순수 미용실' 원장 김정민(34) 씨는 3년 째 모발기증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고객들의 자른 머리카락을 양해를 얻어 한국 백혈병소아암협회에 보내고 있는 것이다.

정민 씨가 모발기증을 하기로 마음먹게 된 계기는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 날 한 고객이 머리를 자르러 왔다. 그 고객은 정민 씨에게 고무줄로 머리를 묶고 25cm를 잘라달라고 했고 정민 씨는 의아해 했다. 그러자 고객은 소아암 어린이들에게 모발을 기증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그 순간 정민 씨는 가슴이 뜨끔했다고 한다. 10년이 넘도록 미용실에서 일한 그는 여태 무엇을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날 이후로 정민 씨는 머리를 자르러 온 고객들에게 허락을 얻어 모발을 기증하고 있다.

   
▲ 고객들이 기증한 모발 (사진: 취재기자 허승혜)

고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어차피 버려질 머리카락을 좋은 일에 쓰는 것이니 플러스 알파의 보람을 찾을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머리를 길게 기른 상태에서 자르러 오는 고객들은 출산 직후의 여성들이 많다. 이 여성들은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큰 상태라 소아암 어린이들을 위한 모발기증을 한다고 하면 선뜻 수락한다고 한다.

정민 씨는 고객들의 좋은 반응에 힘입어 최근에는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도 모발기증에 대한 글을 올렸다.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도 홍보를 통해 좀 더 많은 기증을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블로그에 올린 글도 반응이 좋았다. 일부러 기증을 하기 위해 미용실을 찾는 고객들도 생길 정도다.

   
▲ 정민 씨가 소아암협회로부터 받은 감사장 (사진: 취재기자 허승혜)

정민 씨는 “제가 큰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부끄럽기만 해요. 하지만 소아암 어린이들에게 작은 도움이 됐으면 하는 게 제 소망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저 말고도 이런 기부를 하시는 분들이 많은 걸로 아는데 앞으로도 그 따뜻한 손길이 계속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며 마지막까지 모발기증에 대한 홍보를 잊지 않았다.

소아암 어린이들에게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은 몸이 아픈 것보다 더 큰 충격이다. 모자로 머리를 가려보아도 머리카락이 없다는 것은 어린이들에게 큰 아픔이다. 그렇기에 소아암 어린이들에게 가발은 또 다른 치료제가 된다. 가발 하나가 200만원을 호가하기 때문에 치료비를 대는 것만으로도 벅찬 어린이 부모들에게도 고마운 선물이다.

“머리 자르러 왔어요.”
“어머니만 자르시나요?”
“아뇨. 제 딸하고 저 둘 다요. 아, 참! 머리 자를 때 고무줄로 묶어서 잘라주세요. 모발 기증할 거라서요.”

지난 7월 대구 수성구에 거주하는 김예진(37) 씨는 그녀의 딸 은재(7) 양의 손을 꼭 잡고 미용실을 찾았다. 소아암 어린이에게 기증할 머리카락을 자르기 위해서였다. 엄마의 손을 꼭 잡은 은재는 길게 기른 머리를 자를 생각에 섭섭할 만도 한데 조금도 그런 기색을 내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예진 씨와 은재의 긴 머리는 어깨에도 닿지 않는 짧은 단발로 바뀌었다. 짧아진 머리카락이 아직은 조금 어색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미소를 지었다. 그들은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행복해질 아이들만 생각하면서 절로 웃음을 지었다.

예진 씨는 작년 5월 우연히 모발기증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 자를 때가 된 은재의 머리카락을 기증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은재의 배냇머리(태어나서 한 번도 안 자른 머리카락)도 기념하고 소아암 어린이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석이조의 방법이었다. 예진 씨는 곧바로 은재에게 아픈 친구를 돕기 위해 머리카락을 기증하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다. 은재는 엄마의 따뜻한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씩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어느새 두 번째 기증. 은재는 또 한 번 아픈 친구에게 자신의 머리카락을 선물해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해했다. 이번엔 엄마와 함께 하는 기증이라 그 뿌듯함은 두 배가 된 듯했다.

예진 씨는 “은재도 자신의 머리카락을 선물한다는 것을 기뻐하고 있어요”라며 “병마와 싸우는 어린이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라고 말했다.

모발을 기증하는 방법은 이렇다. 고무줄로 머리를 묶은 후 고무줄 위로 머리를 잘라 포장하여 환아에게 줄 편지 한 통과 함께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로 택배를 보내면 된다. 모발 발송에 드는 비용은 기증자가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모발이 다 기증 가능한 것은 아니다. 파마나 염색했던 모발은 불가능하고 최소 길이가 25cm이상이어야 한다. 모발 접수는 1주일 단위로 이루어지며, 기재한 연락처로 문자 메시지가 전송된다. 감사장 발송은 1개월 단위로 정리되어 다음 달 초에 일괄 발송된다.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안대웅(30) 씨는 “모발기증은 단순한 기부를 넘어 소아암에 대한 관심과 공감대 형성으로 이어집니다. 정서적으로 상처 입은 환아들이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더욱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죠”라며 계속해서 아이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줄 것을 부탁했다. 

취재기자 허승혜 reporter@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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