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나 호텔서 휴가 보내요" 가까이서 찾는 힐링 ‘스테이케이션’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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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나 호텔서 휴가 보내요" 가까이서 찾는 힐링 ‘스테이케이션’ 열풍
  • 취재기자 김유리
  • 승인 2017.10.2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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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나 주변 카페서 영화 감상·옥상서 식물 키우기...호텔서 친구와 휴가 보내는 '호캉스'도 유행 / 김유리 기자

북적거리는 영화관을 찾는 대신 집이나 집 근처에서 여가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각자의 여가 생활을 즐기다 보니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이라는 새로운 트렌드 용어가 생겼다. ‘머물다’의 ‘stay’와 ‘휴가’라는 뜻인 ‘vacation’의 합성어이다. 휴가철이나 주말과 같이 휴식을 즐기는 날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곳을 피해 집과 가까운 곳에서 여가를 즐기며 힐링을 한다는 의미이다.

집에서도 영화를 큰 화면으로 볼 순 없을까. 박성우(27) 씨는 평소 집에서 텔레비전보다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는 일이 많다. 그는 영상미가 좋기로 유명한 영화인 <라이프 오브 파이>를 노트북의 작은 화면으로 보기가 아쉬워 미니 빔 프로젝터를 구입했다. 빔 프로젝터는 빛을 이용하여 슬라이드나 동영상 이미지 등을 큰 스크린에 비추는 장치이다. 미니 빔 프로젝터는 기존 것보다 작은 모양으로 나와 휴대와 이동이 간편해 주로 가정에서 쓰이고 있다. 집에서 미니 빔을 이용할 때에는 주로 스크린 대신 흰 벽면에 빔을 쏘아 영상을 시청한다.

노트북에 연결된 영상이 미니 빔 프로젝터를 통해 흰 벽에 나오고 있다(사진: 박성우 씨 제공).

미니 빔은 학교 강당이나 강의실 뿐만이 아니라 일반 가정에도 많이 사용되고 있는 추세다. 박 씨는 “집에서는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북적거리는 사람들 틈에 끼여 있지 않아도 된다”며 “가장 편안한 옷과 자세로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할 수 있어 굳이 밖으로 나가기보단 집에서 여가 생활을 즐긴다”고 덧붙였다.

미니 빔이 없어도 집 근처에서 영화를 보거나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다. 안현우(24) 씨는 “영화상영표 시간대에 맞춰서 영화를 보는 것보다 집 근처 카페에서 여자 친구와 음료 두 잔을 시켜 놓고, 노트북으로 영화나 드라마 보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자 친구와 서로 집이 가깝기 때문에 굳이 멀리 가지 않고, 근처 카페에서 영화뿐만이 아니라 이것저것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어 금전적으로도 부담이 덜 돼서 좋다”고 전했다.

이수민(22) 씨는 자신의 주택 집 옥상에 미니 텃밭을 만들었다. 평소 식물 기르기에 관심이 많은 그는 “상추와 고추를 기르고 있는데, 텃밭을 가꾸는 것이 재밌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옥상으로 올라와 식물들이 잘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로 인해 휴가철 여행 비용이 부담스러운 것도 스테이케이션을 불러온 한 원인이다. 국내 외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각종 전염병이나 테러, 총격 사건 등도 스테이케이션을 선호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비슷한 용어로는 집에서 바캉스를 보낸다는 의미의 홈캉스(home+vacance)와 호캉스(hotel+vacance) 등이 있다. 호캉스는 호텔 내부나 주변에 부대 시설이 모두 갖춰져 있어 많이 움직이지 않고도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른 해에 비해 유독 긴 열흘간의 지난 추석 연휴에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여행을 떠난 사람은 약 206만 명. 하루에 약 18만 명이 해외로 떠난 셈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국·내외로 여행을 많이 다녀온 반면, 긴 연휴 동안 홈캉스와 호캉스를 즐긴 사람들도 많다. 집 근처에서 멀리 나가게 되면 어느 곳이든 사람들이 붐벼 제대로 된 연휴를 보내지 못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

정하나(25) 씨는 지난 추석 연휴 때 집 근처 호텔에서 지인들과 함께 보냈다. 연휴 기간에는 어디를 가도 가격이 비싸고, 다른 지방으로 놀러 가려 해도 고속도로의 정체가 무서웠기 때문. 그는 “다들 연휴기간 때 가고 싶어 하는 곳은 비슷할 것이다. 차 막히고 유명한 식당에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것이 눈에 선해 집 근처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호텔에서 바캉스를 보내는 방법 또한 가지각색. 지인들과 호텔에서 음식을 시켜 먹거나 술을 마시면서 보낸 그녀와는 달리 김영민(28) 씨는 호텔에서 밀린 업무를 처리했다. 그는 “어차피 업무 때문에 멀리 여행도 떠나지 못하는데 기분이라도 낼 겸 호텔에서 업무를 했다”며 “일을 했지만 호텔이라 여행 온 기분이 들어 작게나마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또한 추석 때 차례를 지내지 않는 곳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한 시장조사 전문기관에 따르면, 이번 추석에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10명 중 4명으로 2011년과 2013년에 비해 늘었다. 박선옥(49) 씨는 “올해 시댁에서 차례를 지내지 않아서 가족들과 추석날 아침에 조조 영화를 보러 극장에 찾았다”며 “추석도 이제는 큰 명절의 개념에서 연휴에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덧붙였다. 많은 사람들이 가까이서 힐링을 찾고 내면의 휴식을 취하는 자신만의 힐링 문화 스테이케이션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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