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동래구 안락 2동 동해남부선 철도 건널목이 철거된 지 3년이 지나도록 건널목 터가 여전히 흙바닥으로 방치돼 주민들이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인도에 둘러싸여 있는 흙바닥은 사실상 보행로다. 흙바닥을 가로질러 가는 게 인도를 따라 걷는 것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일종의 지름길인 셈이다. 용도를 알 수 없는 해당 터는 왕복 6차로를 건너는 횡단보도와 맞닿아 있다. 황단보도 중간에는 '안락 뜨란채' 버스 정류장이 있다. 길을 가로지르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을 수밖에 없다.
안락2동 철도 건널목은 2014년 철거됐다. 동해선 광역 전철 사업의 일환으로 차도를 관통해서 교통 혼잡을 유발했던 기존 철도를 없애고 다리 위로 철도를 올렸기 때문이다. 고가 철도를 달리는 광역 전철은 2016년 12월 30일 개통됐다. 현재는 안락 2동 철도 건널목 터 위로 동해선 기차가 지나가고 있다.
지난 9월 25일 기자가 처음 확인한 현장은 황폐했다. 잡초가 바닥 곳곳에 올라와 있고 담배꽁초와 플라스틱 음료수병이 바닥을 뒹굴었다. 허리 높이까지 자란 풀밭 사이에는 가정에서 사용한 듯한 폐유리 더미가 보였다. 교각에는 ‘기지’, ‘섹스’, ‘시X’이라는 낙서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10월 19일에 다시 해당 터를 찾았을 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똑같은 쓰레기가 그 자리 그대로 방치되어 있을 뿐 아니라, 쓰레기는 더 쌓였고, 풀은 더 자라 있었다.
방치된 터는 1420세대가 거주하는 안락 뜨란채 2단지가 인접해 있다. 터에서 약 600m 내에는 안남초등학교, 안락중학교, 남일중학교가 자리하고 있다. 안락 뜨란채 2단지 주민 권모(51) 씨는 “고가다리 밑이라 햇볕도 제대로 안 드는데 풀도 많이 자라서 더 으슥한 느낌이다. 늦은 밤에는 왠지 혼자 지나가기 무서울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인도는 지자체가 관리하고 맞붙어 있는 흙바닥은 철도시설공단 소유다. 인도와 흙바닥 사이로 토지 소유권이 갈리면서 관리에 틈새가 생겼다. 동래구청 관계자는 “해당 공간은 구청이 토지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아직 구청으로서는 용지 활용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해운대구는 재송역 고가 철도 아래 공간 3500㎡가량을 노인 전용 체육 공원으로 활용했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2016년 12월 9일 개장한 공원은 5억 4000만 원을 들여 그라운드 골프장 1면과 게이트볼장 4면을 갖췄다.
국유지를 이용하는 해운대구는 사용료를 내야 한다. 재송역 선하부지 체육공원은 1년에 3200만 원의 토지 사용료를 철도시설공단에 내야 한다.
안락 2동 철도 건널목 터는 재송역 선하부지처럼 면적이 크지 않기 때문에 공원을 지을 수 없다. 문제는 예산이 아니라 관리다. 사업성이 없는 작은 면적의 터는 통행이 잦은 구역임에도 불구하고 청소, 풀베기 같은 기본적인 관리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부산시는 작년 말 해당 터와 맞닿아 있는 길의 보도블록을 모두 걷어내고 새 보도블록으로 교체했다. 버스중앙차로 정류장을 만들면서 건너편 보도블록도 함께 교체한 것이다. 부산시청 관계자는 “고가철도 아래 공간은 선하부지라고 해서 국가 소유다”라고 설명했다.
반면에 철도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2013년 11월 공단과 부산시가 동해남부선 철도 자산의 효율적인 활용 관리 방안에 대한 협약을 체결함에 따라 현재 해당 구간은 부산시에서 부산 그린라인파크 사업(녹지 및 산책길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부산시는 지난 18일부터 철도 건널목 터에서 고가철도를 따라 이어지는 구간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용지에 심기 위해 옮겨놓은 나무의 배치를 볼 때 조경공사는 철도 건널목터 직전까지 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현재까지도 고가철도 밑에 방치된 터는 별다른 조경 작업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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