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라운지] 영화 '나의 마지막 수트' 파블로 솔라즈 감독, 관객과의 만남서 폴란드를 말하다
상태바
[BIFF 라운지] 영화 '나의 마지막 수트' 파블로 솔라즈 감독, 관객과의 만남서 폴란드를 말하다
  • 취재기자 김예지
  • 승인 2017.10.19 22: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신을 구해준 옛 친구에게 직접 만든 수트 선물 / 김예지 기자
19일 저녁 <나의 마지막 수트> 상영이 끝난 뒤 관파블로 솔라즈 감독이 관객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 관객에게 제대로 된 대답을 해주기 위해 감독은 줄곧 통역사의 이야기에 집중했다(사진: 취재기자 김예지)

19일 오후 8시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나의 마지막 수트>의 상영과 함께 GV(관객과의 만남)가 열렸다. 한국 관객에게는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원작 각본가로 알려진 파블로 솔라르스 감독이 등장해 관객들의 물음에 답했다.

영화 <나의 마지막 수트>는 아우슈비츠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88세 아브라함이 자신을 구해준 옛 친구에게 직접 만든 마지막 수트를 선물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 관객들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폴란드로 향하는 여정 동안, 아브라함을 둘러싼 관계와 역사를 목도하며, 그를 오롯이 이해하게 된다.

영화는 상영 내내 컬러풀한 영상과 흑백으로의 전환을 반복했다. 색상의 전환에 어떤 의미가 담겼냐는 관객의 물음에 파블로 감독은 “나치(독일) 점령 전의 이상화된 모습을 상징하고 싶었다. 그래서 점령 전의 기억이나 플래시백 영상에는 색상을, 현재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은 흑백으로 처리했다”고 답했다. 또한, 그는 "아브라함에게는 나치 점령 전의 과거가 행복한 시절이었다. 그래서 현재를 흑백으로 처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화를 구상하게 된 계기를 묻는 사회자에게 파블로 감독은 “아이디어는 침묵에서 비롯됐다”며 “어릴 적 가족 내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폴란드’나 ‘폴란드어’를 금기시키셨다. 이런 가족사에서 영화의 내용을 구상했다”고 답했다.

파블로 감독이 관객의 질문에 손짓을 섞어가며 열정적으로 답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예지).

“역사와 마주한다는 것은 한 인간이 자신과 마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사회자의 말에 파블로 감독은 “영화를 만들기 전과 후의 내 삶이 달라졌다. 아브라함만 봐도 삶의 여러 면이 억압되어 있다가, 영화 안에서 상황이 진행되면서 자유로워진다. 나 역시 폴란드를 직접 방문하면서 변화했다”고 답했다. 그는 또 자유에 관해 이야기하며, “특정 단어나 국가의 사용이 왜 억압되어야 하는지 의문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어떠한 종류의 억압도 없이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 관객은 영화 속 아브라함과 그의 세 딸이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속 모습과 닮았다고 하자, 파블로 감독은 "사실 리어왕 이야기는 영화 용으로 극본을 만든 적이 있는데, 영화의 전체 스토리와 잘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다"며 "<리어왕>의 '코델리아'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촬영 기간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언어’였다고 고백했다.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아르헨티나에서부터 프랑스, 독일, 폴란드, 심지어 유대인들의 언어까지 아브라함의 이동에 따라 언어도 함께 변한만큼 ‘의사 소통’의 어려움이 가장 컸다는 것. 파블로 감독은 촬영 일화를 이야기하며 “나라가 변할 때, 함께 일하던 스텝들이 바뀌었다. 특히,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아브라함의 오랜 친구는 폴란드 배우였는데, 오직 폴란드 어만 가능했다. 통역사를 통해 연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보다, 내가 스페인어로 말했을 때 그와 연기적으로 더 잘 통했다”고 농담을 던졌다.

그는 촬영하는 모든 순간이 어려움 자체였지만, 특히 배우들의 분장 과정이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주인공 아브라함 역을 맡은 배우는 실제로 60세인데, 88세로 보이기 위해 2시간 이상을 분장해야 했다. 물론, 촬영후 분장을 지우는 클렌징 시간도 무척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예정된 짧은 인터뷰 시간을 알리는 목소리에 파블로 감독은 “더 많은 시간이 있었다면, 모든 관객의 질문에 답할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그는 “제 영화는 사랑과 친구를 만나러 가는 여정, 화해에 대한 영화”라고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며, “홀로코스트(대학살)는 과거의 일에 국한된 것이 아닌, 아직도 일어나고 있는 나쁜 일이다. 또한, 아이들이 받는 상처나 학대 역시 지속되고 있다”고 이에 대한 주변의 관심을 촉구했다.

관객과의 대화가 끝난 파블로 감독이 상영관 복도에서 자신을 뒤따라온 관객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예지).

파블로 솔라르스 감독의 <나의 마지막 수트>는 세계 영화의 최근 경향을 파악할 수 있는 화제작을 상영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월드 시네마 초청작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