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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눈으로 본 부산국제영화제와 블랙리스트 파문

기사승인 2017.10.16  07: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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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리스트 크리스천 버그마이스터

칼럼리스트 크리스천 버그마이스터

지난 주 금요일 부산국제영화에서 상영되는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나는 영화의전당 야외상영장 객석에 앉아 있었다. 영화가 막 시작되자, 관객들이 열렬히 환호하기 시작했다. 이날의 최고 기대작인 <마더!(Mother!)>의 감독 다렌 아로노프스키가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자신의 작품을 소개한 뒤, <마더!>의 갈라 프레젠테이션(특별 축하 상영)이 마침내 막을 올렸다. 내 주위를 살펴보니, 영화의전당 야외상영장은 거대한 스크린 앞에 앉아 있는 수천 명의 영화 팬들로 가득 찼다. 그날의 열기와 환호성은 나로 하여금 영화가 빚어내는 마술에 푹 빠지게 했으며, 영회의전당의 거대 지붕 아래 펼쳐지는 영화라는 장엄한 시각적 경험을 공유하도록 영화가 사람들을 한 곳에 모이게 하는 힘을 보여주었다.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열리는 10월은 내가 가장 기다리는 시즌이다. 여름의 후끈한 열기가 소슬한 가을바람으로 바뀔 때면, 가을의 전령사인 부국제가 다가온다. 수영강과 센텀시티의 가로수들이 고운 색 옷을 입기 시작하면 벌써부터 허공의 공기마저 흥분의 냄새를 풍긴다. 부국제 축제를 찾은 손님들에게 한국의 초고속 경제 성장과 영화 산업의 발전을 자랑하듯, 영화의전당 주변의 화려한 고층빌딩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작년 부국제 기간 중에는 태풍이 들이닥쳐 축제가 휘청거렸지만, 올해 부국제 개막식은 밝은 태양과 청명한 가을 하늘을 만끽했다. 부산의 가을은 한국 영화산업이 제공하는 최고 상품을 즐기러 영화팬들이 부산을 방문하기에 최적의 타이밍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부국제 참여가 올해로 여섯 번째다. 부국제는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 영화의 선택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으며, 세계적 배우와 감독들이 더 많이 부국제를 찾고 있고, 영화제 시설과 손님맞이는 더욱 따뜻해지고 있다. 예를 들면, 내가 영화관에 들어서면, 자원봉사자들이 영어로 인사하는 것은 기본이고, 밝게 웃으면서 “Enjoy the movie”라고 말하며 스폰서들이 제공한 스낵을 주기도 한다. 영화 상영이 끝나고 내가 극장을 나올 때는 자원봉사자들이 한 줄로 늘어서서 잘 가라고 손을 흔들며 고맙다고 인사한다. 자원봉사자들의 희생 속에서 나는 영화제의 성공을 확신하는 그들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제 자원봉사자들의 공손함과 친절함은 다른 그 어떤 축제나 행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지하다. 영화제에 오면 우리는 진정으로 대접받는다는 느낌을 얻을 수 있으며, 이게 정확하게 말하면 부국제의 특별함이다.

영화팬으로, 또는 영화산업계 인사로 영화제를 찾는 사람들은 세계 각지로부터 점점 더 늘고 있다. 영화제 기간 동안 영화의전당 주변을 걷다보면, 태국, 이태리, 중국 등에서 축제에 참가한 열성적 영화팬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어렵지 않게 듣게 된다. 사람들은 한 영화를 보자마자 다시 다른 영화를 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영화제의 열기는 그런 광팬들의 발걸음에서 드러난다. 영화의전당 안에 있는 ‘비프힐’이란 카페에서는 커피를 마시는 톱스타를 알아보고 달려가서 싸인을 요청하는 소녀 팬들을 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곳에서 커피를 마실 때, 나는 마침 옆에 앉은 한 미국 노인 관광객을 만났다. 그와 나는 부국제와 한국의 독특한 문화에 대해서 대화를 나눴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가장 우수한 점은 영화제의 거대하고 압도적인 규모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부국제의 장점은 영화팬들이 영화와 영화 관련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점이며, 이점이 영화팬들 각자가 모두 영화제의 일부가 된 것처럼 느끼게 한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40편의 한국 영화가 상영된다. 이는 한국 예술의 수준을 자축하고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부국제가 세계를 부산과 한국으로 불러 모을수록, 한국 영화는 더욱 더 한국인의 긍지가 될 것이다. 최근 국제무대에서 한국 영화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한국 영화 제작자들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한국 배우들의 연기력은 더 널리 세계에 수출되고 알려져야 한다. 부국제는 연륜 면에서 세계적인 영화제에 비하면 아직도 일천하다. 한국 영화를 지지하는 층은 점점 증가하고 긍정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부국제를 찾는 외국 손님들은 한국 영화를 보고 감명을 받을 것이며 그들이 느낌 감정을 자국으로 고스란히 갖어갈 것이다. 이런 점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진정한 지구촌 행사로 격상시시키고 있다.

프랑스의 칸 영화제나 캐나다의 TIFF(토론토국제영화제)처럼, 부국제는 아시아 영화팬들의 구심점이며 창조적 공동체의 상징이다. 하지만 영화제는 최근 3년 간 논란에 휩싸였다가 겨우 올해 회복됐다. 2014년 <다이빙 벨>의 검열 사태를 두고 영화제는 큰 상처를 입었으며, 한국 영화산업의 독립성이 위협을 받고 있음이 드러났다. 그 여파로 영화제 예산이 깎이고, 영화제는 정치적 소용돌이에 빠졌으며, 영화제 관련자들이 사임하는 일로 번졌다. 특히 작년의 부산국제영화제는 최악이었다. 많은 영화계 인사들이 영화제를 보이콧했고, 영화제를 찾은 영화팬들의 수도 급감했다. 올해도 몇몇 영화 전공 학생들이 영화의전당 건물 한 쪽에서 항의 피켓을 들고 서 있기도 했지만, 전반적인 영화제 분위기는 밝았고 우호적이었다. 지난날의 소동이 마침내 봉합되고 더 신선해진 열정으로 영화제 환경은 다시 살아났다.

올해의 부국제는 한국 사회가 한반도 국제 정세의 불안정성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열렸다. 전 세계의 미디어들은 서로를 잡아먹으려는 듯 으르렁거리는 미국과 북한의 뉴스를 전하하고 있으며, 과연 한반도에 평화가 올지 전쟁이 올지를 우려스럽게 쳐다보고 있다. 한국 사람들은 전쟁과 정치보다는 다른 문제를 가지고 웃고, 고민하고, 슬퍼할 순간이 필요하다. 영화란 언제나 어두운 사회에 빛을 밝혀주는 등대였다. 사람들은 지구촌을 대표하는 영화 속 주인공들과 영화 스토리로부터 같이 웃고 우는 정서를 공유했으며 때로는 하나가 되기도 했다. 내 의견으로는 부국제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혼란기를 적절한 기간 안에 잘 벗어났다고 본다.

반정부 문화계 인사들에게 공적 자금 지원을 금지했다는 전임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올 초에 폭로됐다. 블랙리스트 사건은 아직도 조사 중이지만, 이 사건의 핵심은 영화계 인사들이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서 정부의 통제와 검열의 위협에 놓여 있었다는 사실이다. 새 대통령이 선출되고 새로운 정부가 구성되었기 때문에, 예술계의 적폐를 바로잡고 민주주의의 원칙을 굳게 세우기에 좋은 기회가 왔다. 부산국제영화제는 표현의 독립성의 보루이며 상징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자유로운 의견과 견해를 표현하는 예술의 정신을 구현해야 하며, 인간의 정서를 어루만져주는 영화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칼럼리스트 크리스천 버그마이스터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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