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숲과 공원의 도시: 삿포로 모에레누마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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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숲과 공원의 도시: 삿포로 모에레누마 공원
  • 목지수 안지현
  • 승인 2017.10.14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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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삿포로의 도시 브랜드 자산] / 목지수 안지현

삿포로는 울창한 숲과 공원을 도시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도시다. 면적의 60%를 차지하는 녹지는 도시의 대기질을 개끗하게 해주는 것은 물론 여느 대도시와는 다르게 편안하고 여유로운 도심 풍경을 연출한다. 2008년 6월 25일에는 ‘환경도시 삿포로’ 선언을 통해 시민 모두가 지구 환경 보전을 실천하는 환경 도시로 나아가기로 결의하기도 했다. 삿포로의 녹지율이 높은 이유는 단지 주어진 천혜의 자연환경을 그대로 유지하는데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민의 생활 곳곳에 숲과 공원을 배치하고 이를 잘 가꾸어 나가기 위한 오랜 노력이 만들어 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삿포로 시의 외곽에 자리한 모에레누마 공원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인데, 이 공원은 원래 쓰레기 처리장이었다. 삿포로의 시가지를 거대한 녹지의 띠로 둘러싸자는 ‘환상 그린벨트 구상’에 따라 1977년 공원화 준비가 시작되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1981년 공원 기본 설계가 확정되고, 1982년 공원 기반 조성을 시작한 이래, 1998년에 1차로 개장했고, 2005년이 되어서야 최종 개장을 했다는 점이다. 공원 하나 짓는데 23년이나 걸렸다는 얘기인데, 모에레누마 공원의 크기는 186만㎡로 축구장 260배 규모라는 걸 감안한다면, 이런 엄청난 프로젝트를 장기적으로 꾸준히 진행한 삿포로 시의 선택과 추진력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축구장 260배 넓이의 삿포로 모에레누마 공원 전경(사진: 목지수 제공)

1988년, 삿포로 시는 삿포로의 상징적인 조경사업을 의뢰하기 위해 세계적인 조각가인 이사무 노구치를 초청했다. 이사무 노구치는 일본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조각가로서 조각의 경계를 넘어 조경을 대지 조각의 개념으로 설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삿포로 모에레누마 공원은 세계적인 조각가 이사무 노구치의 조경 설계를 통해 23년에 걸쳐 조성되었다(사진: 목지수 제공).

삿포로를 방문해서 공원 건설이 한창이던 모에레누마 공원을 살펴 본 그는 쓰레기가 흩날리던 공원 부지에서 ‘인간이 대지에 가한 상처를 예술로 재생시키겠다’며 모에레누마 공원 프로젝트의 설계에 참여하게 되었다. 공원 전체가 하나의 조각 작품처럼 느끼도록 하기 위해 공원 주변 환경과 조경이 조화를 이루도록 한다는 마스터플랜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삿포로 방문 8개월 후 노구치는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하지만 삿포로 시는 그 이듬해부터 그가 남긴 마스터플랜을 기초로 공원 조성 착수에 들어갔다. 결국 2005년에 개장하며 이사무 노구치의 마지막 작품이 된 노에레누마 공원은 그의 철학을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으로 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삿포로 모에레누마 공원의 상징물인 유리 피라미드. 겨울에 내린 눈을 보관해서 여름철 냉방에 활용하는 친환경 건물이다(사진: 목지수 제공).
삿포로 모에레누마 공원의 유리 피라미드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모습을 나타낸다(사진: 목지수 제공).

모에레누마 공원의 상징물 중 하나인 유리 피라미드는 1998년에 완공되었다. 각종 문화예술 행사가 열리기도 하고, 시민 행사나 결혼식이 열리며, 삿포로에서도 가장 공공성이 뛰어난 건물로 평가를 받는다. 이 건물은 겨울철 공원에 쌓인 눈을 저장해 두었다가 이를 에너지화하여 여름철에 건물 냉방에 사용하는 친환경 기법을 도입하여 화제가 되었다. 또한 2002년에는 공원시설로서는 최초로 굿디자인 상을 수상하는 등 루브르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를 연상시키는데, 삼각면과 큐브가 결합된 디자인으로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모양을 보여준다.

삿포로 아트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모에레누마 공원. 다양한 주제의 설치 퍼포먼스들이 전시되어 있다(사진: 목지수 제공).
모에레누마 공원의 일몰 모습. 호수는 여름철엔 야외수영장으로 변신한다(사진: 목지수 제공).

쓰레기 처리장이 아름다운 공원으로 바뀌는 데 20년이 넘는 긴 시간이 걸렸다. 긴 시간이 걸린만큼 공간이 주는 깊이감도 묵직하다. 삿포로는 그냥 대형 공원 하나를 지은 것이 아니라 삿포로의 자연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를 시민들과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기 위한 거대한 메시지를 만들어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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