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서 음식배달 시킬 때 '새치기'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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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서 음식배달 시킬 때 '새치기' 조심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3.10.20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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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죄의식 없이 남의 주문 "슬쩍"하는 사례 많아 곳곳 실랑이

핸드폰이 일반화되면서 공원, 유원지 등 야외에서도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 문화가 생겨났다. 외국에서는 보기 힘든 이런 풍속도를 광고에 이용한 것이 바로 개그맨 이창명의 유명한 광고카피 “짜장면 시키신 분!”이었다.

부산 광안리 수변공원은 주말이나 주중 할 것없이 어스름한 저녁이면 수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남녀 쌍쌍의 데이트 족이나 남자 친구, 여자 친구들로 구성된 삼삼오오 그룹이 태반이지만, 어린아이를 포함한 가족들도 적지않다. 이들은 해변 곳곳에서 무리를 이뤄 깜깜한 밤까지 가을 해변의 낭만과 정취를 즐긴다. 

▲ 수변공원에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인근 횟집 등에서 배달시킨 음식을 먹는다(사진: 취재기자 정인혜).

지난 토요일 저녁에도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수변공원에는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그때 한 무리에서 30대 여자가 핸드폰에다 대고 목청을 높이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출발한다고 한 지가 벌써 30분이나 지났는데 왜 이렇게 안와요?”

전화기 저쪽에서 무슨 응답이 왔는지 그 여자는 말을 이어갔다. 그는 "뭐라고요? 벌써 도착했을 것이라고요? 아니 장난하시는거예요, 뭐예요?" 라며 거의 폭발할 것 같은 분노를 드러냈다.

사실 낯선 장면은 아니다. 광안리 수변공원에서는 이처럼 음식을 주문한 사람이 음식점에 항의 전화하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음식을 보냈다는 가게 측과 주문한 음식이 도착하지 않았다는 고객들이 실랑이를 벌이는 것이다.

대학생 신혜수(22) 씨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주문한 치킨 한 마리가 한 시간 넘게 배달되지 않아 가게에 항의 전화를 했는데, 가게에서는 “좀 전에 배달 완료했는데요?”라는 뜻밖의 대답을 내놨다.

알고 보니 신 씨와 똑같이 치킨 한 마리를 주문한 다른 사람이 ‘신혜수’를 찾는 배달원에게 이름을 속이고 중간에서 음식을 '새치기'한 것이다. 신 씨는 “돈 받고 치킨 배달했다는 가게에 더 이상 항의도 못하고 그날 기분 다 망쳤다”고 말했다.

수신자 확인이 어려운 야외에서 음식 배달 새치기가 성행하고 있다. 야외에서 배달원이 다른 사람 이름을 찾더라도 주문 내용만 같으면 돈을 지불하고 음식을 가로채는 방식이다.

야외에서는 주문자가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대략적인 위치만 알리고 배달원과 약속을 잡는다. 그 '대략적'인 접선 장소에는 수십 명의 인파가 몰려 있게 마련이다. 배달원이 주문자의 이름을 부르면 주문자가 듣고 속히 달려온다는 보장도 없다. 이 점을 악용해 새치기가 성행하는 것이다.

배달원이 물건을 전달하면서 “누구 씨 맞으시죠?” 하고 본인 여부를 확인하지만, "네" 하고 대답하면 배달이 끝난다. 새치기하는 사람들은 음식값을 지급하기 때문에 남 물건을 훔친다는 죄의식도 없다.

배달 음식 새치기를 해 본 경험이 있다는 정모(20) 씨는 “주문 음식을 기다리면 오래 걸리는데, 이렇게 먹을 수 있으니 빠르고 좋더라”며 “돈을 냈으니 도둑질한 것도 아닌데 문제될 것도 없지 않냐”고 말했다.

가게 측에서는 현실적으로 손님 판별이 어렵다고 항변한다. 배달원에게 주문자와 수령인이 같은 사람인지 꼭 확인하라고 교육하지만, 수령자가 본인이 맞다고 우기면 음식을 줄 수밖에 없다고.

치킨 가게를 운영하는 정모(41) 씨는 "안 그래도 항의하는 손님들이 부쩍 늘어 대책을 찾고 있지만 묘안이 없다. 손님 신분증을 일일이 검사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며 "지금으로서는 배달원들에게 조심하라고 당부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구책을 마련한 곳도 있다. 또 다른 치킨 가게 업주 박모(42) 씨는 주문 전화를 한 휴대폰 번호 끝 네 자리를 일종의 암호 삼아 손님을 확인한다. 배달원에게 주문 전화 번호 끝자리를 일러두고, 이를 확인하는 식이다. 접선 장소에서 만난 사람이 암호를 맞추면 새치기 염려는 끝난다. 스파이 작전이 따로 없다.

박 씨는 "암호 확인을 통해 새치기하려는 사람들을 많이 막았다"며 "배달 재촉 전화가 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했는데 요즘엔 그나마 속이 좀 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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