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고생, 색조 화장하고 등교 일상화...학교는 사실상 묵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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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고생, 색조 화장하고 등교 일상화...학교는 사실상 묵인
  • 취재기자 김연수
  • 승인 2017.10.11 06:05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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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일선 학교 "지나치지만 않으면 못 본 체한다"..."이왕 못 막는다면 적정 수위 지도해야" 의견도 / 김연수 기자

최근 한 여자고등학교에 교생 실습을 다녀온 사범대생 이모(23, 부산시 동래구) 씨는 ‘색조화장’이 이제 어른들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실감했다. 학생들이 틴트, BB크림, 아이라이너 정도는 필수품으로 챙겨 다니는 모습을 자주 봤기 때문. 이 씨는 “학생들의 파우치가 성인 여성 못지않게 두툼했다”면서 “어린 학생들이 나보다 화장을 더 자연스럽게 잘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녹색건강연대가 발표한 여학생 ‘색조화장 경험’ 비율(그림: 취재기자 김연수 제작)

녹색건강연대가 2016년 10월 전국 남녀 초·중·고등학생 4736명(초등학생 2145명, 중학생 1777명, 고교생 814명)을 대상으로 ‘어린이·청소년 화장품 사용 행태’를 조사한 결과, 색조 화장을 해본 경험이 있는 여학생 비율이 중학교 73.8%, 고등학교 76.1%로 나타났다. 이들 중 중학생 81.3%, 고등학생 73.3%가 주 1회 이상 색조 화장을 한다고 답했다.

색조 화장은 베이스 화장과 포인트 화장으로 크게 구분된다(사진: 픽사베이 무료 이미지).

이처럼 색조화장이 10대 여학생들의 일상에 스며들다 보니, 사실상 묵인하는 학교도 적지 않다. 여고 교사 이모(58, 경기도 이천시) 씨는 “요즘은 색조 화장을 하는 학생들이 워낙 많다. 과도하게만 하지 않는다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사 허모(53, 경기도 이천시) 씨는 “학생들에게 화장을 하지 말라고 해도 어떻게든 다 하고 다닌다”며 “학교에서 과도한 화장을 하지 않는다면 허용해 주고, 방과 후에는 학생들의 자율에 맡기는 게 바람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모(16, 전남 나주시) 양은 틴트와 비비크림을 바르고 등교한다. 이 양은 “요즘 친구들이 대부분 화장을 하고 다닌다”면서 “학교에서도 특별히 단속하지 않고 담임 선생님도 지나칠 정도로 진하게 화장하는 경우에만 주의를 준다”고 말했다. 정모(17, 서울시) 양은 학교에서 화장을 단속하지 않지만 눈치껏 비비크림 정도만 바른다. 정 양은 “예전에는 화장을 심하게 단속했다. 올해부터는 선생님과 학생이 조금씩 양보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동서울대학교 뷰티코디네이션과 이미희 교수는 청소년의 색조 화장 행동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청소년기에는 본인의 외모에 관심이 커지면서 콤플렉스를 화장으로 치유하고 마음의 안정을 얻으려는 경향이 많다”고 설명했다.

학교를 마치고 학교 근처 놀이터 벤치에서 화장하고 있는 중학생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사진: 취재기자 김연수).
학교를 마치고 학교 근처 놀이터 벤치에서 화장하고 있는 중학생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사진: 취재기자 김연수).

여전히 색조화장을 단속하는 학교들은 다양한 방식을 동원한다. 김모(18, 부산시 동구) 양은 “등교할 때 교문 앞에서 화장 단속을 한다”며 “BB크림은 괜찮다고 했는데 그래도 얼굴이 하얗게 보이면 물티슈로 얼굴을 닦는다”고 말했다.

사립여고에 다니는 학생 이모(18, 부산시 남구) 양은 “화장을 하고 번화가로 나갔다가 선생님께 들켜 ‘명문 여고의 품위를 지켜라’는 꾸지람을 들었다”고 말했다.

김모(17, 충북 청주시) 양이 다니는 학교는 불시에 소지품 검사를 해서 화장품이 나오면 압수한다고 한다. 김 양은 “미리 소지품 검사를 한다는 정보가 들리면 압수당하지 않기 위해 화장품을 여기저기 숨겨둔다”면서 “화장은 자기 만족을 위해 하는 건데, 내 돈 주고 산 물건을 압수해가니까 속상하다”고 말했다.

중학교 교사 박진성(28, 서울시) 씨는 "'화장하는 학생들은 학교 생활 태도가 안 좋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다소 누그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화장품을 챙겨 다니면서도 공부에 소홀히 하지 않는 학생들도 있기 때문. 박 씨는 “학생들에게 화장을 권장할 일은 아니지만, 화장하는 학생은 불량하다는 인식은 이제 버려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박 씨는 “학생들이 유해물질이 함유된 화장품을 쓰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학교에서 화장품 성분에 관한 보건 교육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청소년에게 올바른 화장품 사용법을 교육하기 위해 작년 1월 '소중한 내 피부를 위한 똑똑한 화장품 사용법' 책자를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배포했다.

식약처가 배포한 '소중한 내 피부를 위한 똑똑한 화장품 사용법' 책자 일부(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박필성 미드림필 피부과 의원 원장은 또래 학생들의 분위기에 휩쓸려 무분별하게 화장품을 사용할 경우 ‘접촉성 피부염’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박 원장은 “사춘기에는 피부 성장이 계속 진행되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화장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자신의 피부가 알러지 반응이 있는지 미리 알아둬야 오랫동안 건강한 피부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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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부터 2017-10-16 17:33:46
저도 어린 학생들이 화장한걸 보면 선입견이 들었는데 기사를 보니 무엇보다 어른들의 인식개선이 먼저 이루어줘야 할거같네요

반품비가 왜 8000원이져 2017-10-12 00:34:30
잘 봤습니다! 세상이 변했으니 학교도 맞춰가야겠지요 ㅠㅠ

안돼 2017-10-12 00:03:42
맨 위에 사진 엑스박스 떴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