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사령부, 김관진 '영웅화' 시도...네티즌 "하는 짓도 가지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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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사령부, 김관진 '영웅화' 시도...네티즌 "하는 짓도 가지 가지"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7.09.30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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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트 국방V'부터 '타격왕 관진'까지...역사 위인에 얼굴 합성해 인터넷에 대량 유포 / 정인혜 기자
국군 사이버사령부에서 김관진 전 국방 장관을 '영웅화'하기 위해 제작, 배포한 포스터(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이명박, 박근혜 정권 당시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영웅화 작업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안긴다. 이들은 애니메이션의 영웅 주인공이나 역사적 인물에 김 전 장관의 얼굴을 합성해 인터넷에 대량 유포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은 29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자료를 공개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국군 사이버사령부는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김 전 장관의 합성 사진을 제작, 유포했다. 공개된 사진은 실소를 유발할 정도다. 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의 장면을 합성한 사진에서부터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V>, 영화 <주먹왕 랄프>, 영화 <300> 버전도 있다.

‘로보트 국방V’ 사진에는 로봇으로 분한 김 전 장관이 빨간색 식물 뿌리를 뽑아드는 모습이 담겼다. 그 모습 옆에는 “종북 세력을 뿌리 뽑아라!!”라는 원색 문구가 조잡하게 박혀있다.

‘타격왕 관진’도 충격적이다. 몸에 비해 큰 몸을 가진 캐릭터의 김 전 장관은 괴물들을 거느리고 앞으로 전진하는 모습이다. 사진 상단에는 “북한이 도발하면 진짜 원점 타격이 시작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원점 타격을 강조하려는 듯 이는 다른 글자보다 굵고 큰 글씨로 적혀있다.

영화<300> 포스터의 제목은 “NLL을 침범하면 300배로 응징한다!”는 문구와 함께 제목도 ‘300배’로 바뀌었다. 근육질 몸매에 큰 방패를 들고 있는 김 전 장관의 모습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손을 내밀어 빌고 있다.

김해영 의원은 경향일보와 인터뷰에서 “사이버사가 국방장관 개인을 영웅화하는 작업에 나선 것이 충격적”이라며 “김 전 장관이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도 군을 통솔하는 ‘최장수 장관’이 된 것도 이런 영향이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국방부장관을 지내고 올해 새 정부 출범 직전까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지냈다. 역대 최장기 국방부 장관으로 두 정권을 넘다들며 재임한 것.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할 말을 잃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북한의 김일성, 김정은 우상화와 다를 바 없다는 자조도 나온다. 대학생 오휘진(26, 부산시 금정구) 씨는 “국방부 인력이 이따위 일에 쓰이고 있을 줄 몰랐다. 김정은 우상화와 다를 게 뭐냐”며 “차라리 잘 만들기나 하지 퀄리티도 정말 부끄러운 수준”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한 네티즌은 과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해당 사진들을 본 게 기억난다며 “다들 김관진을 찬양하는 분위기라 나도 으레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무슨 이순신 장군쯤 되는마냥 뼛속까지 강인한 군인, 북한이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이라고 찬양했던 댓글들이 생생히 기억난다”며 “그게 다 여론 조작이었다니 정말 소름끼치고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조만간 김 전 장관을 소환해 사이버사 활동에 대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거나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를 받았는지 여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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