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 환아 위해 머리카락 잘라도 받아주는 곳이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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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암 환아 위해 머리카락 잘라도 받아주는 곳이 없다니"
  • 취재기자 김예지
  • 승인 2017.09.25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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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소아암협회 캠페인 참여자 2만 명 돌파...'하이모' 제외한 가발업체는 제작 기피해 접수 중단 / 김예지 기자

최근 짧게 자른 머리카락을 인증하는 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이 올린 사진에는 하나같이 고무줄로 묶여 있는 긴 머리카락이 보인다. 바로, 소아암 환아를 위한 '모발 기부'에 참여한 사람들이다.

기부하기 위해 긴 머리카락을 자르는 모습(사진: bing 무료 제공)

투병 과정에서 머리카락이 빠지는 소아암 환우의 가발 제작을 위해 머리카락을 기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정작 이 머리카락으로 가발을 제작해 주겠다는 가발회사가 없어 모발 기증 캠페인이 중단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 따르면, 소아암의 주 발생 연령은 5세 미만의 소아와 청소년기로 우리나라에서 매년 1000~1200여 명이 새로 진단을 받는다. 소아 10만 명당 매년 약 16명에게 발병하지만, 아직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소아암 환아는 항암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머리카락이 빠진다. 일반적으로 항암제는 감염에 저항하는 혈액세포나 소화 기관의 점막 세포, 모낭 세포와 같은 급속하게 성장하는 세포에 영향을 준다. 이 때문에 외적으로 드러나는 부작용이 탈모다.

어른에게 찾아온 탈모도 큰 스트레스지만, 어린 소아암 환우들이 겪는 탈모와 그에 따른 스트레스는 상대적으로 더 심하다. 그래서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과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그리고 '어머나 운동(어린 암환자를 위한 머리카락 나눔 운동)본부'에서는 머리카락 기부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와 가발 제작을 후원하는 '하이모'의 모발 나눔 기증 캠페인에 참여한 사람은 9월 25일 기준 2만 1667명에 이른다.

모발 기부를 하기 위해선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파마, 염색뿐 아니라 집에서 할 수 있는 헤나, 자연 염색 등을 한 머리카락은 기부받지 않는다. 시술이 들어간 머리카락은 가발을 만드는 과정에서 다 녹아버리기 때문이다. 또한, 가발 제작이 가능한 머리카락의 유효기간은 자른 후 1년 이내의 모발이다. 1년 이상된 것은 건강한 모발로 간주할 수 없어 가발 제작이 어렵다고 한다.

가발 하나를 만들려면 25cm 이상의 긴 머리카락이 필요하다. 가발 제작을 위해 머리카락 큐티클 정리 과정을 거치게 되면 조금씩 길이가 짧아지고, 환아마다 필요한 가발 모양과 길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200명 이상이 기증한 머리카락이 모여 하나의 가발이 된다. 가발 제작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의 머리카락과 합쳐져 한 명의 환우를 위한 가발이 제작되는 것. 맞춤 가발의 특성상 제작 기간은 약 2개월가량 소요된다.

상대적으로 손쉽게 모발을 기부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어머나 운동본부'다.

이곳에선 파마나 염색을 한 머리카락이더라도 손상이 심하지 않은 25cm 이상이라면 기부할 수 있다. 또, 굳이 자르지 않더라도, 감거나 말릴 때 빠지는 머리카락을 30가닥 이상 모으면 바로 기부가 가능하다.

한 네티즌은 "미용실에서 27cm의 머리카락을 잘랐다. 기부를 위해 머리카락을 기르는 동안 염색과 파마 욕심이 생겼지만,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며 뿌듯해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딸이 2년 반가량 기른 머리카락을 30cm 잘랐다. 선머슴 같은 아이가 가발이 필요한 아이를 위해 꾹 참고 길렀는데, 너무 기특하고 고맙다"고 글을 남겼다.

한편,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은 2012년 10월 1일부터 모발 기증 캠페인을 중단했다. 모발을 기증하는 시민들이 늘어도 가발을 제작해 줄 회사가 적어 실제로 소아암 환자에 대한 무료 가발이 늘어나지  않기 때문.

재단은 “모발 기증 증가에 따른 무료 가발 지원 확대를 위해 다수의 가발제작 회사와 협의했으나 무료 가발 지원 확대가 어렵다는 입장을 확인했다"며 "기증된 머리카락에 비례해 소아암 환자의 가발 지원이 확대되지 않는 구조에서는 시민들의 모발 기증 참여가 늘어도 소아암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모발 기증 캠페인 중단 사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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