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비현상의 충격...특수학교 짓게 해달라고 장애아 부모가 무릎꿇고 비는 우리나라에 민주주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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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비현상의 충격...특수학교 짓게 해달라고 장애아 부모가 무릎꿇고 비는 우리나라에 민주주의는 없다
  • 부산시 수영구 김민성
  • 승인 2017.09.1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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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 수영구 김민성

장애인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빌었다. 장애가 있는 아이를 제발 특수학교에 다니게 해달라고 그 부모가 주민들 앞에서 무릎까지 꿇고 빌었다.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하려는 지난 9월 5일 서울시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주민 토론회에서 이런 끔찍한 우리 사회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내 뒷마당에는 안 된다’는 님비(NIMBY: Not In My BackYard) 현상이 이제는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장애인의 권리도 침해하고 있다.

님비현상은 세계적으로도 흔하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소도 아닌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를 반대하는 님비현상은 이해를 얻기 힘들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서울시교육청이 강서구 공진초등학교 부지에 장애 학생들을 위한 공립 특수학교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 계획은 현재 비상대책위원회까지 만들어서 조직적으로 반대하는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멈춰있다. 7월 6일 1차 주민토론회가 무산된 데 이어 지난 9월 5일 2차 토론회에는 김성태 지역구 의원,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400명이 넘는 주민들, 그리고 학부모들이 참석했다. 토론회장 밖에선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하는 측의 기자회견이 열렸고, 안에선 특수학교 설립 반대 서명이 동시에 진행됐다. 찬반 양쪽에서는 시작부터 고성과 야유가 오갔다. 이 과정에서 장애 학생 부모 20여 명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장애가 있는 아이들도 학교는 가야 하지 않겠느냐”며 호소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김성태 지역구 의원이 총선 전 약속한 대로 그 부지에 국립한방병원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강서구엔 사립 특수학교가 이미 하나가 있고, 서울시 25개 구 중에 8개 구엔 특수학교 자체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공립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했다.

강서구에는 장애인 인구수가 많다고 한다. 그 탓에 장서구 장애 아이들은 10년 전부터 인근 구로구에 있는 특수학교에 다녔다고 한다. 강서구에 위치한 사립 특수학교인 교남학교는 최대수용인원이 100명이고, 그 수용인원이 다 찼기 때문에, 강서구 거주 장애 아이들은 구로구에 있는 정진학교 등 자신들의 거주지와 2시간 이상 떨어진 학교에 다니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장애아들도 당연히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몸이 불편한 장애아들이 거리가 먼 학교로 매일 등하교하는 것은 당사자인 아이들은 물론 부모들에게도 큰 불편함을 준다. 그런 사정을 외면하고 있는 지독한 지역 이기주의가 우리 사회 속 약자들의 숨구멍을 조이고 있다.

서울에서 강서구만 이런 일이 있는 게 아니다. 폐교된 서초구 언남초등학교 부지에 특수학교를 설립하자는 계획 또한 주민들의 반대로 토론회조차도 무산된 상태다. 수도권에 특수학교가 들어선 기억은 이달 초 강북구 효정학교를 제외하면 10여 년 전으로 올라가야 한다. 특수학교를 혐오 시설로 인식하고 집값 하락 등을 우려하는 주민 반대가 그만큼 거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특수학교에 가야하는 장애아들은 같은 지역 특수학교의 수용 인원이 꽉 차서 어쩔 수 없이 가까운 일반 학교에 가거나, 동네에서 1시간 이상 걸리는 다른 지역 특수학교로 통학해야 하는 형편이다.

강서구의 경우, 주민 토론회 이후에도 장애아 학부모들이 요구하는 특수학교 설립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회적 약자의 권리가 우선돼야 성숙된 민주 사회가 가능하다. 그런데 강서구 주민들은 집값 떨어진다는 지독한 물질주의적 아집에 빠져 특수학교 설립을 저지하고 있다. 주민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지역구 의원은 장애인 학부모 대표가 하소연하는 발언을 하고 있던 도중에 자신은 원래 인사말만 하고 나오기로 되어 있었다며 토론회장을 빠져나갔다고 한다.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대의(大義)는 우리나라 민주주의에는 없다. 자기 이익만 챙기려는 소의(小義)만이 민주주의라는 명목으로 득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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